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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 |
2008-07-18 18:20:16 | 조회 : 32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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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다스노동자, 21년 억눌려온 현장에 민주노조 깃발 세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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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기사』
21년 억눌려온 현장에 민주노조 깃발 세우다 |
(주)다스 조합원들 위원장 불신임하고 한국노총 탈퇴 금속노조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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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1987년부터 21년간 한국노총 사업장이었던 경주 외동농공산업단지 내 (주)다스에서 민주노조의 깃발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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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5시경 노동조합 사무실을 접수한 금속노조 경주지부 다스지회 조합원들이 한국노총 다스노조 깃발을 불태우고 있다. |
(주)다스는 이명박 대통령 소유 논란이 있었던 곳으로 그 큰형인 이상은씨가 회장으로 있다.
현대차의 1차 밴드로 자동차시트를 생산하는 (주)다스는 충남 아산공장까지 합해 총 조합원 686명, 경주공장에만 551명의 조합원이 있는 경주에서는 큰 편에 속하는 사업장이다.
이날 400여명의 조합원들은 회사와 직권조인을 계속해온 홍정표 전위원장을 불신임하고 한국노총을 탈퇴, 금속노조 경주지부 다스지회로 조직형태를 변경했다.
또 처음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지도부를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뽑았다.
숨가쁘게 진행된 15일 아침 두 시간
15일 아침7시20분, (주)다스의 420여명 조합원들은 식당에 모여 총회를 진행했다.
식당에 모인 조합원들은 홍정표 위원장에게 연락해 조합원들의 총회 소집 요구를 알리고, 의장으로 총회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홍정표 전위원장이 이에 응하지 않자 조합원들은 임도형 대의원을 임시의장으로 선출해 총회를 진행했다.
오전8시20분, 위원장 불신임투표가 사작됐다.
오전8시50분쯤 시작된 개표 결과 420명이 투표해 찬성 414명, 반대 4명, 기권 2명으로 투표자대비 98.57%가 찬성해 홍정표 전위원장이 불신임됐다.
함께 진행한 조직형태 변경 결의 투표는 420명중 405명 찬성, 반대8명, 기권2명, 무효5명으로 95.7%가 찬성해 한국노총 다스노조에서 금속노조 경주지부 다스지회로 변경됐다.
오전9시10분경, 경주지부 지도부들이 다스로 들어와 지회 규칙 개정에 대해 설명을 진행하고 지회 임원을 선출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지회장에 김희용, 수석부지회장에 이중희, 부지회장에 임기양, 사무장에 이상확을 추천받아 투표를 진행했다.
407명이 투표해 찬성 403명, 무효 3명, 기권 1명으로 김희용 지회장이 새로 선출됐다.
지회규칙 개정은 407명중 찬성 407명 전원 찬성으로 개정했다.
2시간여에 걸쳐 숨막히게 전개된 15일 아침의 상황은 지난 4월경부터 준비돼온 것이다.
▲다스지회 조합원들이 노조 사무실 앞에 모여 홍정표 전위원장에게 총회 인정과 자진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15일을 준비해온 대의원들
올해 4월 대의원선거를 통해 신임 대의원 17명(경주공장)이 선출됐고 "노조에 문제가 있다. 바꿔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8명이 소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이들 8명의 대의원들은 홍정표 전위원장에게 "올 임협 타결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칠 것"을 요구했다.
홍 전위원장이 이를 계속 거부하며 "탄핵하든지 맘대로 하라"는 태도를 취하자, 이들은 6월초부터 금속노조 경주지부와 접촉을 시작했다.
8명 대의원들은 조회시간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임협 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의 필요성"을 계속 선전했고, 조합원들의 열기는 갈수록 올라갔다.
경주공장 17명 대의원 전원이 서명해 홍정표 전위원장에게 조합원 찬반투표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드디어 15일을 결전의 날로 잡았다.
15일 아침 10여명이 두 조로 나눠 한 조는 작업교대시간인 오전7시15~20분 야간조 조합원들을 선동해 바로 식당으로 결집하게 하고, 다른 한 조는 통근버스에서 내리는 조합원들을 식당으로 모이도록 했다.
식당에 모인 조합원들은 바로 총회요청서에 서명했고, 이날의 숨가쁜 일정이 시작됐다.
홍정표 전위원장과 회사, "총회 인정 못한다" 버텨
18년간 계속해서 위원장을 지내온 홍정표 전위원장은 "총회 인정 못한다"며 노조 사무실을 장악한 채 나오지 않았다.
▲홍정표 전위원장과 임원, 한국노총 금속연맹 관계자들이 노조 사무실에 버티고 있다.
회사 역시 "새로 선출된 임원을 위원장으로 인정할 수는 있으나 금속노조 경주지부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나왔다.
이날 (주)다스에는 금속노조 경주지부 지회장들 전체가 집결했고, 오후1시부터 확대간부 4시간 파업을 진행함에 따라 (주)다스로 결합해 정문을 지키는 등 연대투쟁에 나섰다.
이날 오후3시경 (주)다스 안에서 열린 금속노조 경주지부 쟁의대책위원회에서는 회사가 밤9시까지 새로운 민주노조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전조합원과 확대간부들이 밤샘농성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오후4시30분경 다스지회 임원들과 조합원들은 홍정표 전위원장과 임원들에게도 "조합원들의 열망으로 선출된 새로운 임원들을 인정하고 노조 사무실에서 자진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물리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전달했다.
조합원들은 "홍정표 전위원장이 아직도 한국노총과 사측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막무가내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분노하며 "불법이라 인정 못한다는데 전조합원이 원하면 그게 법보다 더 최선"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조합원들 한쪽 편에서는 "몰아내자"라는 함성이 나오기도 했다.
30분 정도 기다린 임원들과 조합원들은 오후5시가 되자 다시 노조 사무실로 찾아가 철수를 요구했다.
잠시동안의 실랑이 끝에 결국 홍정표 전위원장 이하 임원들과 한국노총 금속연맹 관계자들이 노조 사무실을 떠났다.
▲조합원들이 구 노조 깃발을 태우고 있고, 그 앞에는 노조 사무실에서 쏟아져 나온 만화책들이 쌓여 있다.
이렇게 노조 사무실을 접수한 민주노조 다스지회는 한국노총 깃발과 홍정표 전위원장 및 임원 명패 등을 수거해 조합원들 앞에서 불태우고 부수었다.
한편 노조 사무실에서 수백권에 달하는 만화책이 쏟아져 나오자 조합원들의 원성은 더욱 커졌다.
홍정표 전위원장과 회사 합의서에 서명...다스 조합원들 새 역사를 열다
다스지회 임원진과 수십명의 조합원들은 홍준표 전위원장을 찾아가 합의서에 도장 찍을 것을 요구했다.
합의서에 담긴 내용은 "15일 총회 결정 인정, 아산지부 역시 금속노조로 편입, 민형사상 면책"이다.
홍정표 전위원장이 못찍겠다고 버티자, 조합원들이 갈수록 모여들어 수백명이 주변을 에워쌌다.
▲조합원들 수백명은 홍정표 전노조위원장을 에워싸고 합의서 서명을 요구했다.
조합원들은 "조합원이 싫다는데 왜 그렇게 버티나. 조합원이 있어야 조합이 있는 것 아니냐. 한국노총은 조합원도 필요없냐?" "회사하고는 잘 찍더만 조합원들과는 못찍겠냐?"며 홍 전위원장에게 항의했다.
결국 오후5시35분경 홍정표 전위원장은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완강히 버티던 홍정표 전위원장이 다스지회가 요구한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 있다.
회사도 저녁7시20분경 같은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고, 야간조 조합원들은 작업에 복귀했다.
이로써 다스 조합원들은 21년 "어용의 역사"를 마감하고 새로운 민주노조의 역사를 열었다.
한국노총 소속 전 다스노조는 올해 10여차례에 걸쳐 임협을 진행해왔다.
이제 조직형태 변경과 함께 새 임원이 선출됐으므로 이후에는 경주지부가 함께 임협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또 민주노조에 걸맞는 단협을 새롭게 합의해야 하는 상황이라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아직은 정신없는 상황이다. 이후 단협안을 마련하고 단협을 진행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등신이다"
새로 선출된 임원들과 조합원들로부터 15일 상황에 대한 소감을 들어봤다.
김희용 지회장
"조합원들이 그간 인간답게 살지 못했다. 탄압과 억압에 시달려왔다. 구 노조 측근의 무시와 노동탄압도 있었다. 앞으로는 노동자가 원하는,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하는 지회장이 돼 민주노조를 확고히 하겠다."
이상확 사무장
"전에 위원장 불법선거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려 했는데 와해됐다. 이번엔 '이길 때까지 하자'는 분위기다. 총회 개표되고 가결됐을 때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났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다. 조합원들이 모여주니 고맙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임도형 조직부장(총회 임시의장)
"18년 홍정표가 위원장 해먹은 어용노조였다. 그동안 조합원들 가슴에 울분이 쌓였다. 이번 탄핵은 사측에 서 있는 위원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간 임단협 합의안에 조합원 찬반투표를 한 번도 진행한 적이 없다. 경주공장 17명 대의원들이 서명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요구했는데도 홍정표 전위원장은 거부했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일어선 것이다. 더이상 한국노총에 있어서는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생각들이다. 전조합원들이 앞서서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이다. 몇번이나 눈물을 쏟을 정도로 조합원들 호응이 뜨거웠다. 어느 조합원을 붙들고 물어봐도 속시원하다고 할 것이다."
조합원들의 목소리
"그간 노조가 아예 독단적으로 모든 것을 처리했다. 조합원들의 알권리, 참여권을 무시했다. 어용노조의 극단적 모습이었다고 보면 된다."
"그간의 울분이 오늘 한순간 다 쏟아져 나왔다."
"응어리진 게 풀린 느낌이다. 엄청 좋다."
"화장실, 샤워시설도 최악이다. 다른 사람은 위원장 후보로 나올 수도 없었다."
▲하청까지 1000여명이 두 곳의 샤워실을 사용하고 있다. 내부에는 샤워기만 몇 개 걸려 있었고 그나마도 서너개는 고장난 채 방치돼 있었다.
"곧곧에 감시카메라가 지키고 있다. 흡연구역도 줄 두개 그어놓고 카메라로 감시해 조금만 벗어나도 시말서 써야 한다."
"사람들 로보트처럼 일 시켜 돈은 그렇게 벌어가면서 다쳐도 산재도 안해주고, 월차도 맘대로 못쓴다. 관리자 욕해도 뭐라 하지 못한다."
"위원장이 교섭기간에 사측 이사와 버젓이 담배 피고 음료수 마시며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짜고 치지 않겠나?"
"오늘 회사가 점심도 주지 말라고 했다더라. 식당 사장이 노동자 편이라며 밥 줬다."
"그간 투쟁하면 짤렸다. 이번에 똑바로 안되면 다 짤린다. 4년전에 위원장 당선된 윤모씨 있었는데 홍정표 전위원장이 투표함 빼돌려 조작하고 조폭까지 동원해 포기하게 했다. 당시 7명이 나섰는데 온갖 탄압에 못이겨 위원장 후보였던 윤모씨가 온몸에 신나뿌리고 분신기도까지 했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해고 당했다. 당시 7명 해고 당하거나 못이겨 자진퇴사했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등신이다."
그간 억눌려온 역사만큼이나 조합원들은 이날 활기차고 희망에 찬 모습이었다.
곳곳에 모여있는 조합원들은 다들 하나같이 "속이 후련하다"며 흥분과 기쁨에 겨워했다.
이날 (주)다스 경주공장은 그야말로 노동자들의 해방구였다.
▲금속노조 경주지부 확대간부들이 공장 정문 앞을 지키며 공권력 투입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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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 기자  2008-07-16 오전 8:06: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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