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전국노동자대회를 맞으며>
세계 대공황!
노동자계급만이 해결할 수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공황이 유럽을 거쳐 아시아로 번지며, 세계대공황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도 수출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이 최근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주식은 폭락하고 부동산거품은 꺼지고 있으며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를 “25% 세일”에 팔고 있는 건설사가 나타나는가 하면, 자동차 판매도 급감하고 있다. 중소자본의 도산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건설사의 대규모 파산이 예견되고 있다. 이 파산 행렬이 독점자본으로 번져나가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지난 1998년의 이른바 “IMF 경제위기”를 훨씬 능가하는 공황이 예견되고 있다.
대략 10년을 주기로 공황은 자본주의사회에 어김없이 출현한다. 공황은 과잉생산공황으로 나타난다. 전 산업부문에서 팔리지 못하는 상품이 대량으로 쌓이고, 자본은 조업을 단축하고 상품을 “떨이 판매”하며 버텨보지만, 결국 견디지 못하는 자본이 대규모로 파산해가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에게는 임금삭감, 노동강도 강화, 불완전취업, 그리고 실업의 공포로 다가온다.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부문에서는 이미 지난 10월 28일 쌍용자동차에서 정규직의 전환배치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350여명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윤을 위해 생산을 한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서는 더 적은 임금을 주고 더 많이 생산하여야 한다. 시장쟁탈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경쟁하는 자본보다 더 싸게 상품을 생산하여야 한다. 더 싸게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한 산업전으로 생산력은 급격히 발전하고, 급기야는 무인생산을 바라볼 정도가 되었다. 시장은 언제나 상품으로 넘친다. 그러나 상품은 팔릴 수가 없다. 사회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대중은 소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바로 더 많은 이윤을 위해서 자본은 저임금을 강요하기 때문이고, 공장 자동화로 반실업자(비정규직)ㆍ실업자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산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면서 대중의 소비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자본주의사회 자체의 성격이 공황의 원인이다.
그렇다면 공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명백하다. 생산과 소비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다. 먼저 소비를 늘려야 한다. 대중의 소비를 늘리는 방법은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취업노동자의 임금을 올리고, 실업ㆍ반실업노동자를 완전취업자로 만드는 것이다. 둘째, 생산을 조절하는 것이다. 즉 필요한 만큼, 팔릴 만큼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은 이러한 합리적 방식을 거부한다. 자기 파괴적인 방식으로 문제에 덤벼든다. 즉 국내의 자본 간의 그리고 세계시장에서의 타국 자본과의 경쟁을 통해 다른 자본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생산을 조절하려 한다. 산업전을 통해 과잉생산 된 상품(자본)을 파괴하고 과잉생산 된 공장(생산자본)을 파괴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생산을 파괴(조절)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듯이 보이지만 일시적인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보다 높은 생산력을 창출하여 공황시기에 상대편을 때려눕히고 살아남은 자본의 생산력이 점차 보편화되기 때문이다. 결국 보다 높은 생산력을 가진 자본들이 출현하게 되고 과잉생산의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소비의 측면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경쟁전에 승리하기 위해서 노동자들을 희생시킨다.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하며, 구조조정을 통해 해고시킨다. 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모순은 악화된다. 자본에 의한 자본의 파괴와 노동자의 파괴. 그런데 자본이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자본에 의한 공황의 극복이란 결국 노동자의 과거노동과 현재의 노동(노동자)의 파괴이다.
한국의 독점자본은 당면한 공황에 살아남기 위해 세계시장에서의 산업전쟁에 노동자들을 동원할 것이다.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고 자해행위에 불과한 산업전쟁에 노동자를 총알받이로 소비하려 들 것이다.
그러나 공황을 극복하는 노동자적 방법은 분명하다. 당장은 노동시간을 줄여서 취업자를 늘려 실업을 일소하고 생활임금을 쟁취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소비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현재 같이 현역노동자는 과다노동에, 산업예비군(실업자ㆍ반실업자)은 과소 노동 때문에 죽어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노동능력이 있는 사람은 모두 노동하게 하고 노동시간은 대폭 줄이고 생활임금을 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자본의 공세에 전 노동자계급이, 그리고 전 세계의 노동자계급이 일치단결하여 투쟁하여, 자본의 무뇌적 자기파괴 활동을 단죄하여야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생산을 조절하는 것이 노동자계급이 공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현재 생산은 자본에 맡겨져 있고, 자본은 자본가가 사적ㆍ배타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자본주의를 전제하는 한 생산은 오직 시장에 의해 폭력적으로 사후적으로 밖에는 조절되지 못한다. 생산을 노동자계급이, 그리고 사회가 조절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생산수단을 사회의 이름으로 노동자계급이 소유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리하여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조건 없이 결합시켜 실업을 일소하고, 사회적 필요에 따라 생산을 조절하고, 생산물을 분배할 때만이 노동자계급은 그리고 사회는 공황의 공포로부터 영원히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대공황은 1930년대의 대공황에 비견되며, 그 이상의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1930년대의 대공황은 어떻게 극복되었는가? 바로 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역사의 최대 비극을 통해서이다. 수천만의 인명이 학살되고 전 세계의 산업시설이 잿더미로 변했다. 이것이 자본이 공황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시장에서의 산업전을 통해 경쟁자를 패퇴시키고 패배한 자본ㆍ공장을 고철더미로 만드는 방식을 통해서는 1930년대의 대공황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만큼 자본의 과잉생산ㆍ과잉축적이 거대했었기 때문이다. 비경제적 방법, 즉 독점자본의 국가를 동원한 전쟁에 의해서만이 과잉자본은 파괴ㆍ해소될 수 있었고 공황은 극복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1930년대의 대공황 당시보다 훨씬 더 거대해진 자본, 생산력이 생산을 광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고, 세계는 온통 상품의 홍수로 범람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는 신자유주의 공세로 가혹하게 피폐해진 대중의 소비가 있다. 과잉생산 공황은 거대하게 폭발하고 있다. 문제해결을 다시 자본의 방식ㆍ전쟁에 맞길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적인 방식ㆍ혁명적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 인류의 운명이 노동자계급의 어깨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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