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탈을 쓴 늑대, 비정규직 법안
드디어 비정규직 노동자를 재앙으로 몰고 갈 비정규직 법안이 시행되었다. 법을 시행하는 첫 날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정규직 전환을 무기계약 전환으로 바꿔치기 하는데 일등공신한 우리은행장과 함께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이라는 글씨가 적힌 떡을 자르며 환하게 웃었다. 불과 20년 전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한다며 뻐꾸기를 날리던 그가 이제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반FTA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가기 위해 옛날 독재정권이 자행했던 그 못된 행태를 반복하면서 까지 말이다. 그런 면에서 과거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이 불법임에도 지지를 표명했던 노무현 또한 그 사악한 본질이 다르지 않다.
민주화를 팔아 금빼지를 달고, 권력의 단맛을 보고 있는 역겹기 그지없는 386과는 다르게 비정규직 법 시행 당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허위적인 보호 따위는 집어치우라’며 비정규보호법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고 있다.
다른 아무 이유 없이 순전히 법안 그 자체 때문에 계약해지와 외주화의 벼락을 맞은 이랜드, 뉴코아의 유통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홈에버 월드컵몰점과 뉴코아 강남점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다. 어디 그 뿐인가? 증권노조 코스콤 비정규지부 또한 100여명의 조합원들이 증권노조거래소 점거투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법 시행의 상징적 피해자인 KTX승무지부 조합원들도 법 시행 직후 아사단식투쟁에 돌입하였다.
이처럼 보호의 대상자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보호를 거부하는 사태의 핵심은 무엇인가? 매우 간단하다. 그 이유는 시행하는 법률이 양의 탈을 쓴 늑대의 법안이기 때문이다. 즉 보호라는 탈을 쓴 비정규직 확대, 비정규직 죽이기 법안이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정부는 2006년 11월 30일에 통과된 비정규 법안마저도 사용자에게 조금 불리한 면이 있다고 판단해 미안했는지 급기야 올해 6월에는 비정규직 시행령을 만들어 기간제 노동자 사용의 예외조항을 폭 넓게 넓히고, 파견업무의 대상을 화끈하게 늘리며 자본가에게 용서를 구했다.
박사도, 의사도, 변호사도, 노무사도 계약직, 그리고 도대체 파견허용업무는 몇 개인지 세기도, 외우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그냥 대한민국의 모든 직업은 비정규직이라 생각하는 게 머리가 아프지 않은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 놓고도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안을 만들었다는 정부는 앞으로도 노동의 유연화가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번 법안도 비정규직 보호와 노동의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한 균형 있는 법안이라 자랑까지 한다.
아니 대한민국 노동시장에 노동자들의 권리만을 보장하는 노동의 경직성이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박근혜가 ‘내가 진정한 중도’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형이상학적이지 않은가?
법 시행이 본격화되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의 피해와 저항의 양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매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노사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자본가들도 ‘적당히 해둘걸’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분규로 인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반면 노동자들은 그들이 바라는 것과는 다르게 ‘스스로 단결하지 않으면 스스로 도울 수 없다’라는 계급의식이 형성되어 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비정규직 법안 시행은 자본가 정부가 자기 스스로 무덤을 파는 삽질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2007년 7월 3일
전국노동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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