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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삼성호 사건으로 기름 바다가 된 태안-보령 쪽을 드나들며 일하고 지내고 있었어요. 조금 전에는 관련 게시물들을 살피다 어떤 동영상들을 보고 많이 놀라게 되었는데 한 번 보세요. http://blog.paran.com/gibumi)
어떤 동영상
바다 기름 유출 관련 기사들을 검색하던 중 우연히 아래 동영상들을 보았다. 일전에 삼성 개새'끼라는 글을 쓰면서도 이 사고 사건에 석연치 않은 어떤 점들에 대해 의혹 정도로만 느끼던 것이 있던 참이었는데 이 동영상은 상당 부분 설득력 있게 정황을 말해주고 있다. 이를 테면 그곳 주민인 오랜 경력의 선장 아저씨의 말을 빌어 삼성호와 유조선이 부딪힌 사고는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 간조 시간 대에 강한 북서풍이 불고 있었으니 남쪽으로 이동하던 배가 아무리 급박한 상황을 맞았다 하더라도 오른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회항할 리는 없다는 것, 굳이 배를 돌리려 한다면 바람의 방향을 타고 왼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건 아무리 경험이 적은 초보 선장이라도 뻔히 알고 있는데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베테랑 선장이 그걸 몰랐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말이다. 적어도 그 사고라는 것이 예기치 못한 날씨 탓으로 일어난 거라면 바지선의 왼쪽과 (방향을 거꾸로 하고 있던)유조선의 왼쪽이 부딪혔어야 할 텐데 바지선의 오른쪽과 유조선의 왼쪽이 부딪혀 사고가 일어난 것이니 이것은 선박 운항의 기본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납득할 수 없는 거라 했다.
납득할 수 없는 사실 몇 가지
이 동영상에는 그 밖에도 몇 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말해준다. 이미 삼성호의 선장이 항해일지를 조작했다는 거야 해경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처럼 사고가 발생할 당시 삼성호에서는 사고가 눈 앞에 보이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동영상에서는 사고가 일어난 직후 초동 대처가 어처구니 없이 방치된 상황에 대해 말을 해주는데 이 과정에서 또한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이 이어진다. 기름 배가 터졌으면 누가 보더라도 일단 그 배 둘레에 오일 펜스를 치고 기름이 더 확산되지 않게끔 막는 것에 주력했어야 할 것인데 오히려 당국에서는 사태를 관망하면서 오일 펜스 작업을 미루기만 했다. 애가 탄 주민들이 오일 펜스 제조 회사로 연락을 해 어떻게든 그것을 구해 바다를 하지만 오히려 해경에서는 제조 회사를 말려 그것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또 한 가지, 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은 모래를 실어 나르는 바지선 한 척만 있었으면 기름이 터져 흐르는 유조선에 바짝 붙여 그 흘러나오는 기름을 그대로 바지선에 받아 기름 유출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 자신하지만 당국에서는 그러한 주민들의 말도 애써 무시하기만 했다. 결국 나흘이 지나도록 당국에서는 거의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다시피 했고, 기름은 걷잡을 수 없이 넓게 퍼져 펜스를 친다는 것이 무용할 정도로 상황은 악화되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뒤 당국에서 한 일이라곤 무차별로 유화제를 쏟아부어 바닷물 속으로 기름을 가라앉히는 것에만 속도를 내었을 뿐.
차라리 거짓이었으면
이것들을 보면서 구일일의 진실을 다시금 물어 면밀한 근거들로 그 조작극의 실상을 낱낱히 파헤쳐 주던 동영상이 떠올랐다. 심증으로만 의혹을 둔 채 설마하고 있던 일이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지는 걸 보면서 얼마나 놀라웁던지. 차라리 그들의 거짓이 진실이라면 더 좋겠다 싶을 정도로 엄청난 일 앞에서 세상이 무섭게만 느껴지던……. 이걸 보면서 그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에, 정말로, 이 엄청난 일을 일부러 벌인 거라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게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지……. 소름이 돋는 일이다. 동영상에 담긴 내용은 이것을 찍어 편집한 블로거 뿐 아니라 실제 지상파 방송국의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취재해 갔다 하는데 방송이 되지는 못했다 한다. 그저 방송이고 신문은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고 불러내는 역할만을 자임하고 있을 뿐이었지, 어느 새 백만 가까이 되어 간다는 그 감동의 행렬만을 부추겨대면서,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자본에는 말하지 않는 것으로 은근슬쩍 면죄부를 쥐어주면서, 끝내 우리가 근본에서 되돌아봐야 할 석유 문명의 위태로움에 대해서는 눈감은 채……. 정말 무서운 일이다. 부디 이 엄청난 일을 죽어간 바다 목숨들은 알지 못하기를.
[태안사태는 조작이다] 1부 - 삼성호는 유조선을 일부러 들이받았다
(잘 안 보일 경우 유튜브로 보기)
[태안사태는 조작이다] 2부 - 초동대처를 누군가 방해했다
(잘 안 보일 경우 유튜브로 보기)
이 동영상들을 만들어 올린 이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른다. '제닉스'라는 아이디를 가지고 자신의 블로그에 이러저러한 글을 올리는 네티즌인데 어제까지 올린 위의 동영상 두 편에 이어 언론 문제를 다룬 3부를 만들어 곧 올릴 거라 한다. 짐짓 기다려지면서 기대가 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겁이 난다, 또 얼마나 놀랍고 무서운 이야기를 봐야 하는지……. 진실에 가까이 간다는 것이 두려운 일이 되는 세상이라면, 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얼마나 끔찍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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