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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2만달러시대와 자살시대(自殺時代)·살자시대(殺子時代)
어두운 죽음의 시대 : 자살이라는 사회현상 - 사실상의 사회적 타살
최근 급증하는 자살을 놓고 사회 안전망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8일 경찰청과 통계청에 따르면 경찰이 집계한 지난해 국내 총 자살 건수는 1만 3천55건으로 전년(1만2천277건)에 비해 6.3% 늘었다.이런 저런 이유로 스스로 생을 접는 사람이 하루 평균 36명에 이르는 셈. 자살 건수는 99년 1만1천713건, 2000년 1만1천794건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03/8/8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올해초 배달호 열사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 자살행렬이 수많은 가족들의 동반자살로, 현대아산그룹 정몽헌회장의 투신자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유야 여러 가지였지만 이 모든 죽음의 행렬은 한국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는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자살률이 OECD국가중 5번째이지만 나머지 상위 네 개의 나라들보다 상승률이 가팔라서 머지않아 세계최고가 되는 날도 머지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자살은 사실상 사회적 타살이며 사회적 타살이 공공연한 구조가 되는 순간 이에 저항하는 사회운동이 역동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사회는 몰락하게 된다. 말하자면 이 위기는 신자유주의체제가 몰고온 구조적인 위기이고 이제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도저히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지만 사회변혁운동진영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구조적 자본의 공세와 사회적 변화에 대하여 제대로 된 전략적 대응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위기라고 볼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을 낳지않는 살자시대(殺子時代)
우리는 최단시간에, 그것도 여성 한명당 1.17이라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했다. 급속한 출산율 하락은 이 땅에서 여성으로, 특히 여성 근로자로 살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알리는 메시지임에 틀림없다. 직장을 다니며 부담없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여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여전히 다수의 여성들이 출산·육아로 인한 고용불안 등으로 끊임없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각 가정의 선택과, 모성 부담 때문에 여성 근로자를 차별하는 개별 기업의 행동은 고스란히 사회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누구나 예측하듯 앞으로 우리 사회가 출산율 저하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엄청난 규모에 이를 것이다. 더 이상 모성보호는 여성에 대한 특혜 내지 부담이 아니며, 국방처럼 사회 존립에 필수적인 공공재임이 분명하다.<경향신문 2003/8/6 기고글 양승주/노동부 고용평등국장>
화물연대, 공무원노조, 철도노조, 전교조, 현대자동차등 노동자들의 파업이 여론의 저항에 부딪혀 매우 힘들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파업'은 예외적으로 여성들과 남성들, 그리고 미혼의 남녀들까지 망라한 전폭적인 지지(?)속에 성장(?)해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5월 1일 국민 1000명을 대상을 조사한 '노사관계 국민의식조사’결과에 따르면 '무노동 무임금'에 대해서 54.6%가 무노동 무임금에 찬성하고, 조사대상자의 70.3%가 국민생활에 불편을 끼치므로 노동자들이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고 대답했고, '우리노동조합이 민주적으로 운영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 51.2%가 그렇지않다고 답변하였다는 것이다.(2003/8/6 내일신문 참조) 그 반면에 출산파업은 1.17이라는 세계최저의 출산률에서 알수 있듯이 엄청난 지지열기(?) 속에 보편적인 사회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출산률이 2.1은 되어야 인구의 기본적인 수준이 유지되는 것인데 1.17이 지속된다면 한 사회의 존립여부와 관련하여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출산파업은 이는 잘알다시피 결혼과 출산 자체가 매우 힘든 사회적 과정이 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회제도가 여성들을 착취하는 구조가 온존하는 가운데 가정경제 자체가 위기에 내놀리면서 결혼을 아예 하지 않거나 결혼적령기가 늦추어지고 있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않게되고, 아이를 낳아도 1명이상 안낳는 것이다.
어떻게 힘들어지고 있는가? 98년부터 2001년까지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각각 11.8%, 15.9%, 8.2%, 3.7%였는데 비해, 노동자의 실질임금 인상률은 각각 9.3%, 11.1%, 5.6%, 1.5%로 낮았다. 또한 국내총생산 중 노동소득의 비중을 의미하는 노동소득분배율도 97년의 52.1%에서 98년 45.7%, 99년 41.7%, 2000년 47.7%로 50%미만이었다가 2001년에 51.5%를 기록하여 노동소득이 IMF 이전으로 복원되는 과정에 놓여 있는 정도이다. 미국노동통계국(BLS)에 의하면 한국의 제조업 노동비용(미 달러기준)은 92년을 100으로 했을 때 2001년에는 64.7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미국은 91.4, 일본은 93.6, 독일은 76.0, 대만은 75.8을 기록한 것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미디어 오늘 2003/8/9 인수범) 근로자소득 증가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올 1분기(1~3월)의 도시 근로자 소득 증가율이 작년의 절반 수준 밖에 안된 것은 이시기의 경기 침체가 서민층을 강타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불황 피해가 하위 빈곤층에 집중 된것은 5분위 소득계층 가운데 하위 20% 계층의 실제 소득이 오히려 줄어든데서 증명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도시근로자 월 평균소득은 작년 동기보다 4.3% 늘었으나 최하위 계층은 1.8% 증가하는데 그쳤다. 물가상승률 4.1%를 고려하면 실제 소득은 줄었다. 그때문에 최 상위 20% 계층과 최하위 20% 계층의 소득분배율 즉 소득 격차는 작년의 5.40배에서 5.47배로 확대됐다.(2003/8/6 문화일보)
근본적으로 보면 출산파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에 대한 착취구조에 저항하는 효과적 수단으로 작동하였으나 한국사회에서는 97년이후 급격하게 심화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자들의 파업과 농민, 빈민, 어민들의 저항이 실패한 결과로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파업과 농민, 빈민, 어민들의 저항이 국가와 자본, 즉 총자본의 포위망을 뚫지 못하고 좌절하였을 때 민중들은 그 투쟁을 '삶의 밑바닥의 저항 = 생물학적 수준에서의 저항'으로 이어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죽음의 시대를 넘어서 희망을 만들어가는 민중연대를 구축하기 위하여
생존본능은 매우 원초적인 욕구이며 생존본능조차 사라지게하는 사회는 일반적으로 파멸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사회이며 극단적인 사회적 전환을 예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두운 죽음의 시대는 새로운 희망을 잉태한다. 1980년 광주를 겪고 민중들은 좌절하지않을 수 없었지만 결국 좌절을 듣고 일어선 민중들은 민주주의의 희망을 불굴하고 이를 성장시켜 군부독재체제를 끝장냈다. 문제는 그러므로 사회변혁을 꿈꾸는 사람들의 용기와 힘이다.
생물학적인 수준에서의 하나의 저항형태가 '자살(自殺)'로 나타난다면 또다른 형태는 근근히 자기 목숨만 이어가면서 국가와 자본, 총자본이 강요하는 '출산의 의무'를 '사보타지'하는 '살자(殺子)'로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출산파업과 자살은 한국사회 기성시스템의 붕괴현상을 동전의 양면처럼 보여주고 있다. 우리 시대를 '죽음의 시대'로 규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라는 구호 속에서 우리는 피냄새를 맡아야하고 '죽음의 시대'와 동의어라는 것을 직감해야한다.
부안을 보자. 왜 부안을 우리는 희망이라 말하는가? 부안의 경우 스스로 죽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부안의 경우 아이들을 낳지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지금 아이들과 손을 잡고 투쟁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신자유주의적 착취구조에 대한 소극적 사보타지로서의 '자살(自殺) 또는 살자(殺子)전략'은 부안민중이 보기에는 너무나 비겁하고 소극적인 투쟁전략이었다. 부안민중은 우리를 죽이는 시대의 구조에 대하여 저항하기로 결정하였다. 1980년 광주에서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광주정신'을 만들어낸 '시민군'의 용기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전진시킨 원동력이었다면 2003년 부안민중은 '국가권력'의 압제를 이겨내고 부안의 생존권과 민주주의, 평화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갈무리함으로써 '부안정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죽음의 시대를 뛰어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단이 필요하다. 어차피 죽을 것, 죽음을 기다리지 않고 죽을 때와 죽을 곳을 스스로 찾아나서는 진정한 헌신이 필요하다. 물론 부안민중운동은 아직 과정에 있는 운동이다. 부안은 민주주의의 싹을 잉태하였지만 그 싹을 성장시켜 '거대한 뿌리'를 가진 1,000년 당산나무로 성장시켜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부안민중들은 국가의 '형식적' '선거민주주의'를 거부하고 지금 이미 집행하고 있는 '느티나무 아래의 동네이장 민주주의'가 우월하다는 신념을 확고하게 가져야하고 이를 힘으로 전화할 계획을 세우고 단호하게 실천해가야 한다.
사회변혁운동진영은 신자유주의적 착취구조에 대한 소극적 사보타지로서의 '자살(自殺) 또는 살자(殺子)전략'이 일어나고 있는 현정세에 대하여 깊은 책임감을 느껴야한다. 희망을 주지못하는 사회변혁운동도 역시 '사회적 타살'에 개입되어있는 것이라는 깊은 책임감을 가질 때 사회변혁운동은 제자리를 찾게된다. 김남주는 만인을 위해 몸부림칠 때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했다. 죽음의 시대에는 몸부림이 중요하다. 현장정신
만인을 위해 내가 노력할 때
나는 자유이다.
땀 흘려 힘껏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이다.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서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이다.
피와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밖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자유> 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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