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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이후의 사회운동방향
1.탄핵에서 총선까지
: 역풍과 노풍 그리고 진보야당
3월 노무현 탄핵은 예상 밖의 결과들을 만들었다. 의회주의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폭발했을 뿐 아니라 발빠른 기회주의 세력은 탄핵사태의 본질을 탄핵반대/찬성, 친노/반노의 구도로 희석시켜 버렸다. 이 과정에서 진보운동 안에 존재하는 개량주의 세력의 색깔이 드러난 점이 의외의 성과였다면 좌파는 정치행동에서 무능력이라는 경험을 반복했다.
보수정치에서는 열린 우리당의 독주가 정동영의 한 마디와 ‘유신’에 대한 향수를 가진 지역주의 앞에서 맥없이 추락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여기에 제2의 꼬마 민주당으로 전락한 ‘호남당’과 물러날 때를 잊은 ‘자민련 치매당’은 특별한 반전이 없는 한 애처로운 정치행보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민주노동당은 정당투표라는 날개로 의회입성에 성공해서 17대 국회에 대한 희망찬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붕괴
의회정치의 다양한 역동성(?)과는 대조적으로 반신자유주의 전선은 어둠 속을 달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고립되고 있던 울산은 탄핵정국 이후에 완전히 관심을 잃고 투쟁을 종결했다. 반전-반세계화 투쟁의 일부는 우익반대라는 슬로건으로 전쟁을 적극적으로 진행한 노무현-열우당 정권을 (비판적)지지하면서 그 행렬에 동참하는 웃어야할 만한 일을 벌어졌다.
총선 결과로는 민주노동당의 승리가 상당한 의미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그러나 총선 기간 중, 혹은 이후의 모습으로 보자면 문제는 다를 수 있다. 총선 기간 중 전북지역에서는 부안 핵폐기장 반대와 새만금 반대 투쟁을 벌이며 지역단위의 환경문제 핵심사안들을 적대적 관계에서 공통의 투쟁으로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했던 지역운동이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렸다. 바로 민주노동당 전북본부의 득표전략에 전망을 잃어버린 것이다. 총선 이후 다시 시작할 WTO 및 FTA 반대 투쟁은 벌써부터 그 핵심 전략을 국회 안의 민주노동당으로 한정하려는 우려에 직면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것과 모든 운동의 해결 방식을 의회( 그 주체로서 민주노동당)으로 전가하려는(자의던, 타의던) 방식은 다른 문제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후자의 문제다. 이 역시 반신자유주의 전선 복구에 부정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2.총선 이후에 대해서
: 과연 수구와 보수는 분화하는가?
수구와 보수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과연 수구의 기준과 보수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런 의문을 대중에게 던져 보아야 한다. 한국 정치의 후진성과 군사독재 잔존세력의 탐욕이 수구와 보수의 대립을 낳고 심지어 개혁적 보수라는 형용모순이 등장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수구와 보수는 비슷한 정치지향에도 불구하고 같지만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이번 17대 국회에서 수구와 보수의 대립이 더 분명해졌다거나 완전한 결별했다고 볼 수 있는 지 의문이다. 그것은 수구와 보수가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6대 국회에서 처리된 대부분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여-야의 합의를 통해서 가능했다. 하물며 자민련도 신자유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개혁을 외치는 열린 우리당에 구태의연한 인물이 대거 들어오고 있다는 비판도 이를 증명한다. 사실 두 집단 간에 차이는 개똥 뭍은 놈과 쇠똥 뭍은 놈의 차이일 뿐이며, 전망에서 보이는 차이는 지역주의 보수당이냐, 전국주의 보수당이냐일 뿐이다. 일부 386, 소브루주아지들의 ‘수구타도’ 논리는 군사독재 세력에 대한 관념적 저항일 뿐 지배세력에 대한 경제적, 이데올로기적인 분석을 결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국주의 보수당만이 살아 남을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 호남당이나 충정당은 영남당에 비해 공격성이 약하므로(홍세화의 표현을 빌리자면) 앞으로는 살아남기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영남당의 공격적 지역주의와 반북(김정일)이데올로기 세력의 결집 전략(효과)은 상당기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결국 앞으로 보수정치는 이해집단간의 결속, 신자유주의 정책집행 방식 및 주도권을 둘러싼 브루주아 세력간에 ‘보수’-‘보수’의 분리구도나 보수의 통합과 그 하위 파트너로서 사민주의에 대한 포섭으로 갈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물론 민주노동당이 서구 사민주의 정당의 역사를 답습할 것이라고 역사의 사례만으로 단정하기에 무리라는 것은 인정한다. 반면 민주노동당이 역사를 답습하지 않는다는 보장 또한 섣불리 할 수 없는 것이 브루주아 의회정치의 한계다.
: 진보야당은 가능한가
결국 민주노동당의 현재 선전은 지역주의 및 구시대 정치인(김대중 등)의 영향력 쇠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기에 이번에 도입된 정당투표제가 많은 영향을 주었다. 물론 민주노동당의 노력과 노동자민중들이 기존 정당에 실망한 것이 큰 영향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17대 총선에 민주노동당이 내세운 슬로건 중 하나가 ‘진보야당!’ ‘제대로 된 야당!’ 이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야당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첫째, 제2당을 형성하는 것이고 이것은 보수대 진보라는 큰 줄기를 형성할 때 가능하다. 경우와 둘째, 제3당을 통한 케스팅보트 세력으로 가능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보수-(완전한)진보의 분할은 불가능해 보인다. 미국식 민주-공화의 구도가 보수와 진보의 분할로 이야기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거짓이다. 그리고 현재로선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을 압도할 수는 없다. 이후에 민주노동당의 성장과 보수진영의 질서재편으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뭉치는 때가 오면 가능하리라 보지만 그 시기도 문제고 그렇게 정치를 양분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의 정체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한나당식 보수주의가 열린우리당 식 보수주의로 흡수될 때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는 아마도 혁명과 전망을 상실한 사민주의 정당인가 아닌가가 문제와 논쟁의 중심일 것이다. 이 역시 보수-진보라는 규정을 내리기는 부족한 점이 많다.
그렇다면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한 그림은 보수세력 중 일부와 정책공조가 가능한 세력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최악의 그림이다. 물론 자신의 성과를 입증하고 성장할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 진보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에 대해서, 열린 우리당의 전략적 파트너 구실로 만족해야 하거나 점차 사민주의로 전환하지 않을까라는 걱정하는 진보 운동 대다수의 우려는 지나친 걱정이 결코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은 결국 양날의 칼이다. 같이 있으면 정든다. 싸우면서도 정든다. 사활을 건 계급투쟁이 아닌 한에야 국회 안에서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우리는 민주노동당을 걱정하는 것이다.
진정한 진보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재의 투쟁 사안인 비정규직 문제, 민주노총의 산별전환 문제에 대해서 좀더 다른 대안을 내놓거나, 진보정당과 산별노조로 분할되어 몰락한 서구식 진보운동의 한계를 벗어나 노동운동을 혁신할 내용을 생산해야 한다. 또한 전쟁반대 문제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의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또는 개혁 가능한 열린우리당 내부를 견인한다는 논리로 전쟁을 결정한 열린우리당과 '파평철회 문제를 공조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또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정책을 발표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수자로 의회 안에서 투쟁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 총선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미치는 영향
사실 예상되고 있었지만 총선 이후 헌법 재판소의 결정은 굉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열린 우리당이 한나라당의 승리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승인이 된다고 선전해서 많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헌법재판관들이 보수주의자들인 이상 그것은 예정되어 있었던 결론이다.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보수주의자들의 최대약점은 폭발적인 대중의 분노와 행동과 체제 불안이다. 그것이 소부르주아의 투쟁이건, 프롤레타리아의 투쟁이건 마찬가지다.
만약 탄핵 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정될 경우 대중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이 압승을 통해서 1당이 되었고 그러므로 최종 승리자는 역시 노무현이 된 것이다. 이것은 결국 탄핵 안을 국민이 심판했다는 논리로 노무현에게 완전한 면죄부를 줄 것이다.
3 지금은 사회운동의 위기이다.
: 사회운동의 위기는 어떻게 오는가 - 거대해진 신자유주의세력.
총선 이후의 정세는 신자유주의 공세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자신들의 정치정당성을 입증 받은 노무현과 열린 우리당의 신자유주의 개혁은 노동유연화 전략과 한일 FTA, 이라크 전쟁 등 신자유주의 공격을 노골화 할 것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수세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대북 강경 이데올로기 구축이라는 전통적인 전술로 지지 층의 재 결집과 확장을 추진하는 방향의 한편으로 지역주의 강화와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체질 개선 사이에서 혼란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차별성을 그어 보수-보수의 독자구도로 살아 남는 길은 지역주의+대북강경이데올로기 밖에 없어 보인다.
앞으로도 신자유주의 공격은 한번은 한나당이 치고 열우당이 달래고, 또 한번은 열우당이 치고 한나라당은 방관하는 형세가 지속될 것이다. 거대여당 혹은 거대야당은 존재하지 않고 거대한 신자유주의 세력만이 존재할 것이다.
: 거대해진 신자유주의 지배세력과 의회에 대한 맹목적 기대가 운동의 위기를 증폭시킨다.
탄핵정국 초기 전선의 해체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중-장기적 전략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어떤 전술을 사용할지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 대한 전술이 없다면 위기의 연속일 뿐이다. 그래서 진보운동세력, 노동운동의 역사로 살아왔던 동지들이 국회로 들어갔지만 그 자체에 지나친 기대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의회 입성은 환영할 만한 일인가? 아니면 경계해야 할 일인가? 민주노동당이 당장 노동자민중을 적극적으로 배신하거나 노골적 사민주의 정치를 추구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안 되길 바라는 것이 민주노동당에 비판적 애정을 가진 모든 진보세력의 바램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운동 내부에 있다. 민주노동당이 진정으로 투쟁하고자 한다면 의회 안에서 대중 투쟁의 복원 필요성을 더 느끼게 될 수 있다. 그런데 당장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당 안의 운동과 당 밖의 운동 간에 건강한 경쟁과 긴장관계를 무너뜨린다. 즉 의회주의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민주노동당에 전면적으로 결합하지 못한 세력들을 무차별적으로 흡수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양반이다. 벌써 민주노동당으로 줄서기 위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난무하다. 신념 없는 정치적인 휩쓸림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를 오락가락 했던 기회주의 세력이 특히 그렇다. 그들의 자랑은 정당투표로 민주노동당을 찍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민주노동당으로의 합류는 민주노동당의 물을 흐리며 사민주의로의 가능성을 더 크게 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대중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이들을 선별해낼 정화 장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진보진영에 절대 강자로서 민주노동당이 등장하면서 각 사회운동이나 투쟁사안과 전선이 자기 투쟁을 통한 문제해결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을 업고 가는 것을 제1의 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당 내부의 세력도 아닌 당 외부의 세력이 당을 전술적 활용 이상으로 생각한다면 아래로부터의 운동, 투쟁하는 대중들의 자율적인 정치를 통한 변혁은 점점 멀어진다. 당과 노조의 정치와 경제에 대한 역할 분활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운동의 미래 민주노동당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아울러 지금보다 더 크게 경제주의로 빠질 민주노총의 미래도 어둡다. 이것은 선험적인 역사의 경험으로 들이대는 잣대가 아니라 진실이다.
4.결론 : 우리의 운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와 사회운동의 결합
탄핵 정국에서 확인된 직접 민주주의의 요구를(대중적 이데올로기) 사회-정치운동의 의제로 확장시켜야 하며 이것의 주도적인 역할을 사회운동이 해야 한다. 이것의 대표적인 형태는 민중발의 민중소환권 쟁취 사업이었다. 사실 민중발의, 민중소환에 관한 운동은 총선 전에만 요란했지 정작 총선을 경과하면서는 아무런 효과도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 의미성이 완전히 부정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총선 전에, 탄핵 정국에서 투쟁하는 현장 단위, 지역단위와 결합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앞으로 다시 민중발의 민중소환과 관련된 사업을 전개할 때 직접적인 정치행동이 아닌 이벤트와 이슈 파이팅 방식의 운동으로 전락할 경우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또한 '국민발의'가 가진 본질적인 한계를 간과한 체 의미를 과대포장해서도 안 된다.
여전히 민주주의가 본질적인 문제다. 대중의 탄핵정국에서 나타난 대중의 최면효과가 크지만 스스로 외쳤던 민주주의의 본질을 쉽게 잊지는 못할 것이다. 자신들이 지키려고 했던 민주주의가 다시 한번 열린우리당과 노무현에게 짓 밟혀질 때 대중의 분노는 살아날 것이다. 또한 총선 전후를 경과하면서 철저하게 배척 당한 노동자계급, 그리고 더욱 적극적으로 몰아칠 신자유주의라는 미친 바람이 노동자 계급을 강타할 때 발생할 노동자 계급의 분노 또한 여전히 살아 있는 가능성이다.
: 민주노총의 개량화는 경제주의 극복의 필요성을 제공한다.
정세는 기약이 없는 와중에도 민주노총의 행보는 ‘우향우’를 계속하고 있다. 당장 총선 이후 단절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투쟁계획이나, 노동절을 거치면서 전개할 5월 투쟁에 대한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메이데이 투쟁 또한 대다수 지도부가 북한 방문일정으로 대체하고 전국분산 개최를 준비중이다. 2004년 상반기는 아마도 이렇게 끝날 것이다.
이제 민주노총은 철저하게 실리적인 타협주의를 가져갈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경제주의가 있다. 따라서 조합체계 내에서 전달되는 조직체계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한다. 노동운동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변혁적 강화에 대한 필요성과는 또 다르게 노동조합내의 경제주의 방식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현재와 같은 민주노총의 개량화에 맞서서 다른 어떤 질서를 기대하기란 불가능 할 것이다. 이것은 조합질서 체계만이 아니라 다양한 노동운동의 방식, 사회와 정치적 의제에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노동운동을 만들 때 가능하다. 이런 노동운동 노동자 운동이 활성화되고 정치적 지위를 얻는 다면 조합관료들도 조합체계 밖의 목소리라고 해서 무조건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롭고 새로운 사고로 노동조합 내부와 외부를 넘나드는 투쟁과 이데올로기를 조직해야 한다.
: 민주노총의 미래를 민주노동당이 책임질 수 없다
누가 뭐래도 가장 큰 우려 지점과 운동에서 경계해야 할 점은 현재 투쟁과제, 특히나 노동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과제와 사안들을 민주노총이 해결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장을 중심으로 개별자본, 총자본, 정치권력과 다양한 형태로 싸움을 벌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국회 안에서 제도 개선투쟁으로 모든 것을 대신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
현재 민주노총이 메이데이 투쟁을 전국 분산개최하고 지도부가 방북일정을 잡고 있다는 이야기는 현장투쟁을 점점 등한시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 민주노동당의 역할과 사회운동의 역할
민주노동당은 명실상부한 노동자 민중의 정당으로 자리 매김 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당선 인사 중에서 반자본주의, 반 신자유주의를 천명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쉽다. 물론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인터뷰만을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언론과 재계까지 나서서 '이제 거리의 정치가 아닌 제도 안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점이다. 지상파 방송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여러 매체들이 이제 민주노총, 노동운동, 진보운동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어찌 보면 울타리 안에 갇힌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구하는(?) 길은 좀 더 적극적인 거리의 투쟁을 사회운동이, 대중운동이 조직하는 것이다. 당장은 민주노동당에 대해서 사민주의 가능성만으로 비판만 해서도 안 되며, 반대로 모든 운동에 주도적인 집행자로서 민주노동당을 특권화 시켜서도 안 된다. 민주노동당 스스로나 외부의 대중운동 단위 모두다....
당의 역할과 사회운동의 역할이 긴장관계를 유지할 때 현재 수준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우려는 민주노동당 스스로 벗어버릴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것을 서로 개발하고 다양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현장의 투쟁을 일방적으로 제도화시키지 말아야 하며, 사회운동은 민주노동당의 지원과 공조를 기대하면서 모든 투쟁을 민주노동당에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주체적인 투쟁으로 조직해야한다. 의회에서 민주노동당의 표로 비정규직을 철폐하기란 불가능하지만 제도로 비정규직이 철폐된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의 일상이 바로잡히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앞으로 방향에 대한 추상적인 수준에서 제시한다면 민주노동당은 보수정치, 의회정치 일반의 부정과 부패, 반 민중성을 폭로하는 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의회정치의 새로운 기류를 형성하자는 것이고 대중이 민주주의를 인식하고 행동하게 조직해야 한다.
반면 사회운동은 의회정치의 새로운 기류를 자극으로 받아들이는 대중을 조직해야 한다. 시민사회에서, 노동현장, 투쟁현장에서, 그리고 그들을 투쟁의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민주노동당을 통한 대리 만족에 길들여지는 것은 민주노동당과 사회운동을 모두 죽이는 것이다.
: 415 이후
415 이후에는 계속적인 비정규직철폐 투쟁과 최저임금제, 빈곤문제 해결을 비롯한 노동자 생존권 투쟁, 반전 반세계화, 평화 투쟁이라는 방향을 가지고 전쟁 반대 투쟁의 지속화, 평택을 중심으로 한 미군기지 반대 투쟁의 활성화, 역시 반세계화 투쟁으로 FTA, WTO 반대 투쟁을 힘 있게 전개해야 한다.(*)
(4월22일 민중행동 주최 '415총선과 민중운동의 대응' 토론회에 "이윤보다인간을"에서 제출한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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