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보다인간을!

민들레 웹소식지 제2호

민들레		DATE 2005-06-16 12:31:24 HIT 905

▒▒ 자유평등 활동가 네트워크 민들레 ▒▒


	제 2 호 2005년 6월 15일 수요일

■ [논쟁] 대안세계화 운동 현황과 이후 과제
■ [정세칼럼] 이라크, 한국 그리고 터키
■ [인터뷰] 생명과 평화의 길에서 만난 그녀
■ [포토스토리] 평택 풍경
■ [책소개] 우마드
■ [그때 그때 달라요] 쿄뮤날레 참가기

■ 논쟁

대안세계화 운동 현황과 이후 과제

한국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운동은 ‘반세계화 운동’으로 불리고 있다. 프랑스 아탁 활동가가 말하기에는 ‘반세계화’라는 개념은 우파가 장악하고 있어 치열한 논쟁 끝에 좌파는 ‘대안세계화’라는 개념을 쓰고 있다고 한다. 사실 반세계화라는 것은 국수주의적인 냄새가 풍기기에 ‘아래로부터 세계화’ 혹은 민중의 세계화 등의 개념을 사용해야 한다는 좌파 그룹의 목소리가 있기도 하다. 이러한 것을 총괄하여 자본의 세계화에 단절하기 위한 민중적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으로 현재 한국의 반세계화 운동은 정리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반세계화 운동’이 아닌 ‘대안세계화 운동’으로 정리하는 것이 보다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응하는 이러저러한 흐름들을 반세계화로 정리하려 한다. 현 운동의 한계점과 이후 과제를 명확히 짚으려면 지향점으로의 ‘대안세계화’가 아닌 ‘반세계화 운동’이라 지칭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반세계화 운동은 구체적 운동이 아닌 슬로나 구호에 존재하는 실체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는 조건하에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교육, 의료, 문화, 노동 등에서 구체적인 자기 과제를 가지고 반세계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실로 반세계화 운동이 대중운동과 접목되면서 구체적 존재 양태를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운동의 흐름에는 자유무역협정 WTO 반대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의 역할이 매우 크다 하겠다. 국민행동은 WTO 3차 시애틀 각료회의를 앞두고 ‘투자협정 및 밀레니엄 라운드 반대’, ‘금융거래과세 및 초국적금융자본 통제’, ‘외채탕감·민중재분배’ 3대 행동의제를 걸고 “투자협정·밀레니엄라운드 반대 민중행동‘을 발족하기에 이른다. 우리에게 익숙한 명칭인 ”자유무역협정 WTO 반대 국민행동“은 2000년 1월 시애틀 투쟁 이후 이다. 국민행동은 보다 넓은 민중행동을 도출하기 위하여 민주노총, 전농, 문화연대, 학생운동 단위 등 45개 단체를 포괄하여 지금의 국민행동을 구성한 것이다.
국민행동은 반세계화 운동이 미숙한 지형 하에서 WTO 국제기구의 해악과 자유무역이 어떻게 민중들의 삶을 피폐화시키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통해 반세계화 운동을 ‘실물화’시켰다. 그러나 2004년, 2005년 현재를 경과하면서 국민행동 위상을 포함, 한국의 반세계화 운동의 문제점이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한다. 전체 반세계화 운동 안에서 국민행동의 위상의 문제는 운동 질서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반세계화운동이 대중운동과 결합되어 운동 판이 커지자, 이 운동 자체를 민중연대 혹은 민주노총 차원에서 직접 지휘·장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이다. 그러자 반세계화 운동의 핵심 조직인 국민행동을 이러저러하게 제압해야 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가장 큰 과제로 급부상하게 된다. 이러한 민중연대, 민주노총 중심의 실력행사로 인하여 국민행동은 정책만을 생산하는 기지로 국한되었고, 결과적으로 실천에 있어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반세계화운동의 ‘대중운동화’이다. 다시 말해 반세계화운동이 대중운동과 결합하는 과정이 ‘아래로부터의 실질적인 결합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반세계화운동이 WTO 협상 중심 대응 운동으로 국한됨으로 초기에 국민행동의 핵심 과제들인 금융세계화문제, 외채탕감 등의 발본적 문제제기들이 사실상 사장되게 되었다. WTO, FTA 협상 대응 중심 투쟁은 자연스레 상층 중심의 운동으로 귀결됨과 동시에 반세계화 운동을 달력 사업으로 전락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에 이른다. 한편, 인권, 정보, 여성, 이주노동 등의 이슈들은 WTO 세계화의 문제를 올바로 알기 위한 중요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상층 중심, 협상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반세계화 운동에 쉽사리 융합되지 못하였다. 이 둘을 종합하여 평가한다면 이렇다. 반세계화 운동을 어떻게 실질적인 대중들의 운동으로 연결시키는 가의 고민을 뒤로한 채, 어떤 단위가 이 운동을 장악할 것인가, 어떻게 협상 과정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인가를 놓고 다투는 것이 현재 반세계화 운동의 현 국면이라 정리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향후 20~30년 내에 최소 30~40여개의 FTA를 체결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만일 반세계화 운동이 협상 대응 중심의 실천 양태들을 바꾸지 않고 계속 간다면 30~40여개의 FTA 대응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만 보더라도 협상 대응 중심의 운동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여하튼 이러한 문제들의 심각성이 계속되자, 좌파활동가들은 이러한 흐름들을 일정정도 바꾸려는 움직임이 시도된다. 이른바 반세계화 좌파 활동가들의 결집이 시작된 것이다. 아직은 매우 유아적 단계이다. 좌파들이 모여서 단숨에 어떤 조직적 결과를 남기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공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모인 사람들 각각 운동 과제와 조직 질서에 대한 상이 상이하면서 벌어지는 논쟁들이 아직은 뜨겁다. 그러나 공통점은 한 가지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반세계화 운동의 문제점은 다들 인식하고 있다는 것. 상층 중심 연대에서 탈피하여 지역 혹은 운동 골간 라인과 구체적인 의제들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아직은 조직 질서 상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히 전개되지는 않지만 ‘이윤보다 인간을’에서 대안세계화 운동의 실천 지점을 중심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구체적 계획이 제출되어야 할 것이다. 주장이 주장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이후 좌파 활동가 결집과정에서 또는 민중연대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반세계화 운동의 패권 다툼에 뛰어들어 이후 대안에 대해 주장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끝으로 이만 글을 줄인다.

- 탱탱볼

■ 칼 럼

이라크, 한국, 그리고 터키

“이 법정을 통해 우리는 실제로 이라크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기록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현재 이른바 ‘국제사회’는 이라크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당한 죽음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행위자들을 심판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세계의 민중은 스스로 국제전범법정을 개최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정신에 따라 지난 2년간 세계 각지에서 이라크 전범 민중재판이 진행되었고, 이제 그 운동의 결실을 확인하고 반전운동의 미래에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터키 이스탄불에서 이라크 국제전범민중법정 최종세션이 개최되는 것.

이라크 전범재판은 어떻게 진행되나?

세계 각지에서 진행된 민중재판의 성과를 한데 모으는 자리이니만큼 이라크 국제전범재판 터키 세션이 다루는 주제도 다채롭다. 법정 첫째 날인 24일에는 국제법의 역할과 각국 정부의 책임,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룰 예정이고, 둘째 날에는 이라크 인들의 일상 생활의 문제에서부터 전쟁범죄에 이르기까지 이라크 침략과 점령의 여러 문제들을 하나하나씩 다룰 예정이다. 마지막 날에는 문화유산과 환경, 그리고 지구적 안보환경과 미래의 대안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라크 전범재판 터키세션의 구성도 이채롭다. 법정이라고 하면 상상되는 판사나 검사가 이라크 국제전범재판에는 없다. 이들 자리를 대신하는 자리는 양심적 배심원과 증언단, 옹호자들이다. 3일동안 진행되는 여러 주제별 세션에 증언단과 증인에 대한 옹호자들이 각기 발표를 진행하고, 양심적 배심원단이 이를 바탕으로 민중재판의 결론을 내리는 방식이다. 양심적 배심원 명단에는 아룬타이 로이같은 잘 알려진 사람의 이름이 눈에 띠고 옹호자들의 명단을 살펴보면, 데니스 할리데이, 스콧리터, 사미르 아민, 요한 갈퉁 같은 사람의 이름도 눈에 띤다.

한국 참가단도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이라크 국제전범재판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에서도 참가단이 꾸려지고 있는 중이다. 작년에 부시 블레어 노무현 전범민중재판운동을 했던 이들이 하나둘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민중재판실행위원회는 파병국 정부의 일원으로서 우리의 반성과 고통을 고스란이 담았던 한국의 민중재판운동을 해외에 소개하고, 파병국 정부의 일원이 된 노무현 정부의 전쟁공모에 대해 발언할 예정이다. 한국 참가단은 이를 위해 터키, 이탈리아, 포르투칼등의 나라들과 함께 민중재판운동의 경험을 교류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기약하기 위한 토론회를 준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실행위원회는 국제전범재판이외에도 고 김선일씨 1주기 추모를 겸해 국내에서 평화난장과 거리극을 펼칠 예정이다. 6월 18일 대학로에서 진행될 예정인 평화난장은 특별한 중앙무대 없이 공연과 전시, 그리고 여러 반전운동들의 캠페인들이 어우러지는 자리로 준비되고 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거리극 [평화, 그 그리움으로]이다. 평화를 주제로 오랫동안 평화행동이 있는 자리에서 다양한 몸짓과 퍼포먼스를 벌였던 예기의 제안으로 진행될 이 거리극은 일종의 대규모 참여연극이다. 잠시 거리극을 제안한 예기의 말을 들어보자.

“[전범민중재판이 열립니다]란 제목으로 화두를 연 평화행동가들의 피스몹형태는 [평화, 그 그리움으로] 라는 제목의 거리극으로 일단 그 제목을 확정지었습니다. 공연형태는 이제까지 있었던 그 어떤 공연이나 시위집회방식과도 일치하지 않으므로 굳이 피스몹이라하여도 좋고 거리공연이라하여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평화를 화두로 그리고 평화에 대한 진정한 그리움을 실천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개개인의 즉흥이 아닌 연출자의 구성을 통해서 한나의 시공간을 평화의 갈망으로 채우는 2시간의 현실을 만드는 작업이 될것입니다. 현재 이 작업엔 10여명이상의 마임이스트와 퍼포먼서 비누방울공연자,무용가,인형극공연자 등이 함께하는 평화행동을 약속하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각 평화단체와 개인들이 6월1일부터 10일까지 평화의 방식으로 평화를 얘기하기 위해 구성연출자에게 참가를 약속하고 자신이 참가할 부분과 시간을 상의해주시면
그것을모아 11일부터 15일까지 구성을 마쳐서 16일 전체에게 이 공연의 큐시트가 공지되고 18일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이 거리에서 만나게 될 것입니다.“

김선일을 살려내라

이라크 전쟁을 아픈 가슴으로 지켜보고, 이 전쟁에 파병국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 나라 정부의 행위를 불편하게 느꼈던 사람들이라면 작년에 한국에서 진행된 전범민중재판운동을 기억할 것이다. 전범민중재판운동의 시작은 작년 이맘쯤 우리로 하여금 말을 잃게 만들고 눈물 흘리게 만들었던 김선일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광화문거리에서 “김선일을 살려내라”라고 외쳤던 많은 사람들의 시위가 있었다. 따가운 뙤약볕을 받으며 파병만은 막아야 한다며 전국을 도보로 순례했던 전쟁피해자들의 시위, 그리고 파병이후 몇몇 남은 사람들의 처절한 단식. 철군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전범민중재판운동을 자기가 속한 공간에서 벌여냈었다. 불과 두달밖에 안되는 시간이지만 이렇게 3400여명의 기소인들이 모였고, 각자가 자신의 까닭에서 노무현 정부를 기소하는 이유를 작은 기소장에 써내려갔다. 그 결과 12월에는 기소인들의 발의로 민중재판이 시도되었다. 4박 5일에 이르는 기간동안 한국정보의 전쟁범죄에 대한 공모죄, 이라크에서 벌어진 전쟁범죄, 파병으로 인한 한국 거주민의 권리 침해등 여러 문제에 대한 반성과 증언, 그리고 성찰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때 모였던 많은 사람들은 법정을 통해 우리가 내린 역사의 단죄를 터키 국제전범재판으로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한국의 민중재판운동은 이제 그 다짐을 실천하는 또 한 발을 내딛고 있다. 철군과 종전을 위한 행동에 도 한 삽의 희망을 보태면서....(이라크 국제전범민중재판에 대한 소식은 전범민중재판 홈페이지 gopeace.or.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오공

■ 인터뷰

생명과 평화의 길에서 만난 그녀

벌써 어둑해진 평택역. 택시부터 잡아탔다. 운전기사는 이곳을 공기 맑고 조용히 낚시하기 좋은 곳으로 소개했지만, 철조망 군데군데 보초서는 전경들이 눈에 띤다. 내려 걷다 보니 시골길 집과 가로수마다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란 깃발이 펄럭인다. 여기가 「생명과 평화의 길」. 평화캠프가 열리는 장소다.
오늘은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 촛불집회 뒤에 평화캠프 일정이 있단다. 아직 그녀는 도착하지 않았다. 막걸리 한잔 얻어먹을 무렵 마흔 남짓한 촛불행렬 앞쪽에 까무잡잡해진 얼굴의 그녀가 보인다. “오셨네요.” 한 마디 인사 뒤 평화캠프 행사가 계속된다. 마을 주민들과 평화캠프 참석자들끼리 이곳 상황을 나누는 자리다. 인터뷰 할 틈이 없다. 자리배치하고, 마을 사람들 분위기 맞추느라 분주한 그녀와 마주했을 때는 자정을 막 넘겼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곳에 산지는 얼마나 됐죠?
올해 설 연휴 지난 2월 16일부터 들어왔으니 한 4개월 되가네요. 이제는 어엿한 대추리 주민이에요. 「평화유랑단 - 평화바람」 단원들이랑 같이 마을 사람을 도와 농사도 짓고, 마을 분들과 함께 유랑도 떠났다 돌아오곤 한답니다. 모판 만들기, 흙 담기, 보리 수확도 몸에 조금씩 익어 가네요. 마을 사람들이 쌀, 반찬 다 갖다 줄 정도로 친분도 쌓았고, 아참 대책위가 준 땅도 있어요.

주한미군기지 이전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는데, 「생명과 평화의 길」의 유래도 궁금하고, 이 마을 상황이나 투쟁계획도 자세히 알고 싶은데요?
오늘이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 촛불집회’ 284일째입니다. 대추리 150여 가구에 옆 마을 도두리까지 포함하면 1100여 주민이 살아요. 그런데 기지이전으로 마을 공동체 생존문제가 걸려있죠. 사실 이번에 이 땅을 내주게 되면, 세 번째 삶터를 빼앗기는 셈이에요. 일제시대 때 빼앗기고, 미군정 들어서서 또 빼앗겼죠. 그동안은 보상도 못 받았고 항의도 못했죠. 이번이 세 번째예요. 국방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인데 8월 31일까지 협의매수기간이고, 그 기간이 끝나면 올해 말까지 강제수용 일정이 진행됩니다. 항상 강압에 의해 터전을 빼앗겨 왔기에 주민들이 의기소침해지고 ‘어차피 뺏길 것인데’하고 자칫 포기할 뻔한 상황도 있었어요.「생명과 평화의 길」은 마을사람들이 삶터에 대한 애착을 갖자는 뜻으로 만들어낸 거예요. 올해 식목일에 이곳저곳에서 참석한 시민 150여명이 나무를 심고, 깃발도 다는 행사가 있었는데 그 뒤에 「생명과 평화의 길」이 된 거죠. 또한 이후 연대할 힘도 얻었고. 6월 27일에는 ‘촛불집회 300일 행사’가 서울과 팽성읍에서 동시 진행되고, 7월 10일에는 대추리에서 ‘범국민 문화행사’를 열게 됩니다. 아참, 전국적으로 ‘평택지킴이’를 모집하고 있는데, 범국민문화행사 때는 모두 함께 할 계획입니다.

「평화바람」단원이기도 한데, 유랑단에 대해서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문정현 신부님이 단장이고, 모두해서 남자 셋, 여자 셋. 올해 계획이 원래는 동아시아 평화유랑을 떠나는 거였는데, 평택 상황이 중요하다 여기고 지금은 다들 이곳 대추리 마을에 살아요. 20대에서 60대까지 연령층에 활동경력도 다 달라요. 새만금 반대활동, 평화운동, 학생운동이나 영상을 찍던 분도 있고 나처럼 백수도 있네요. 평화바람의 성격을 뭐라 규정하긴 힘들 듯 해요. 조직으로 얽매지 않고 사안에 대해 공감해서 활동하다 유대감이 쌓이고 유랑을 통해 계속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또한 여기서 4개월여 직접 살면서 신뢰를 얻은 게 주민들과 유대를 형성하는데 커다란 몫을 합니다. 마을 남자들은 낮에는 농사일에 밖에서 대책위 활동하고 저녁에 회의하랴 부인과 얘기할 틈이 없어요. 그러다보니 여자들은 남편을 이해하지만 대화는 안하게 돼요. 외식도 못하고 여행도 같이 못가는 상황이 오래 되었던 거죠. 그러다 평화유랑을 떠날 때 한번은 어머니들과 함께 했어요. 2박 3일 다녔는데 굉장히 좋은 경험이라면서 좋아했거든요. 이곳에서 느끼던 거랑 틀리게 완전 싸늘한 바깥 분위기를 보면서 힘든 상황을 뼈저리게 느끼고 더 힘차게 싸워나가야 한다고 평가도 하고요.

이곳에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
사실 잘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맺었던 인간관계랑 너무 틀려요. ‘공동체’를 많이 느끼게 되는데, “시골은 깨지지 않았구나. 혼자서는 못하고 함께 해야만 하는구나.” 이곳에는 마을행사를 같이 해오던 전통이 많아요. 꽃상여 매고 장지까지 함께 가는 모습도 처음 봤어요. 한편으로 공동체가 깨져 나가는 것도 느끼게 되죠. 보상을 받고 그만두느냐 마느냐를 놓고 친족끼리 멀어지고 이웃끼리 싸우게 됩니다. 마을사람들로서는 굉장히 불안합니다. 내가 와서 보니 보름에 한 명꼴로 어르신들이 돌아가셨어요. 밖에서 본다면 천수를 다하셨다고는 여길지 모르지만 어디 그런가요? 갑자기 들이닥친 기지이전문제로 삶터를 빼앗길 위기에 공동체마저 깨져가는 상황이 스트레스를 몰고 오는 거라 볼 밖에. 국가적 폭력에 희생당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느낍니다. “우린 너무 쉽게 큰 사안을 말하지만 삶터를 뺏기는 현실, 친했던 사람들이 등 돌리며 공동체가 깨지는 상황을 모른다.”고. 동북아시아 문제도, 반미라는 외침도 중요할 수 있지만, 오히려 주민들에게는 단편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점이죠.

끝으로 민들레 회원들에게 해줄 말은 없나요? 그리고 앞으로 개인적인 계획이나 전망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자주 여기 오셨으면 합니다. 특히 7월 10일 이곳 ‘범국민 문화행사’ 때는 낯익은 얼굴들 꼭 봤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제가 ‘양키 고 홈!’ 외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웃음). 올해 12월에 국회가 열리게 되는데 그때까지는 이곳을 지키며 살아갈 거예요. 지금은 미군기지를 막아내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게 이곳 마을 사람들과 (그 속에 있는) 내가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현장운동에 대해 막연하게 가졌던 느낌도 지금은 이래요. “이곳이 현장이고, 내가 내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서 배우고 있으니 좋고 행복하다고요.

밤늦게 차를 얻어 타고 먼저 서울로 향했다. 내일은 미선이 효순이 추모집회가 열린다며 서울로 잠깐 올라온단다. 어두워서 얼굴을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굳은 결심이 느껴진다. 대학교 졸업한지 삼년 고민에서 이제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투쟁’ 현장에 서 있는 그녀,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주민 ‘여름’이다.

- 땅콩

■ 포토스토리 : 평택 풍경

평택 들녁에 봄날이 온다

- 로자

■ 책소개

여성과 유목을 강조하는 위기의 자본주의

『우마드Womad』-여성시대의 새로운 코드-
김종래(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 / 삼성경제연구소

노마드(nomad)는 유목, 유랑의 의미다.『차이와 반복』에서 들뢰즈가 처음 사용했다고 하는 노마드는 산업, 문화, 예술,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코드로 쓰이고 있다. 최근 들어와서 노마드와 함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코드는 '여성'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불평등하고 차별 받는 존재이지만 여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 보다 커지고 있다.

이 속에서 삼성경제연구소(필자)는 이 두 가지를 결합해서 '우마드'라는 이데올로기로 만들어 냈다. 여성의 유목적 역할을 강조하고, 우먼과 노마드를 결합한 언어이자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노마드를 산업사회와 연관시켜 정의하면 창조적이고 능동적이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생산과 소비 시스템이다. 노마드 이데올로기는 현재의 소비형태의 특징을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생산형태도 이것에 맞춰야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주장은 역설적이게도 사회운동에서 해왔던 이야기와도 유사한 점이 있다. 지금까지 일군의 사회운동에서는 맑스주의 변화를 고민하면서 문명사에 대한 고민과 '여성권'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문명사는 기존의 역사발전 5 단계론이 가지는 서구중심의 사고, 단계론 혹은 진화론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각 생산방식의 흥망 쇠퇴와 어떻게 헤게모니를 장악해왔는가를 체제 변화의 축으로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문명과 문명이 생성되고 후퇴하고 교체되는 과정에 주목해 왔다. 사회운동이 '유목'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변방에 위치한 유목문명이 농경(정주)문명을 제압하고 세계의 중심에 서서 제국을 건설해 나갔던 역사 때문이다. 여성권을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자본주의 재생산을 끊어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이며 여성이 가장 억압받고 차별 받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자본주의 국가 간 경쟁의 생존전략으로 노마드를 말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이제 국가경계 안에만 머물러서는 유지될 수 없다. 투자와 생산지를 찾아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 이유는 고정된 생산기지가 이윤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투자·금융화 과정에서 이윤을 얻기 때문이다. 자유와 생존을 위해서 부족(유랑)생활을 하기도 하고 대 제국을 건설하기도 하는 유목민의 모습을 자본주의는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통해서 '자본'의 제국을 건설하려는 자신의 희망사항과 등치 시키는 것은 아닐지!
아무 것도 보장할 수 없는 사막과 초원에서 언제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일기와 정세(신변과 부족의 위험 등)는 고도성장이라는 가면 속에서 항상 거품과 주식시장 폭락 경제위기와 사회불안에 시달리는 현재 자본주의 환경에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우마드』는 창조적인 인간(경제)활동과 가정·제국(기업)관리를 중요하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자명한 사실이지만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로 변해야 하는 것은 자본가와 소비자들만이 아니라 노동자까지 포함한다. 결국 스스로 창조적으로 자기 역할을 찾고 최적의 역할을 해야 노동자가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노마드는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데올로기일 수밖에 없다. 즉 실업과 불안정한 노동의 문제는 창조적인 변화와 사회 움직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개인의 문제지 사회구조의 문제가 아니라고 『우마드』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한편 몽골제국을 건설하는데 많은 역할을 한 여성들의 이야기에서, 한국사회에서 여성 차별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중요하게 제기된다. 이를 위해서 몽골 황실의 복잡한 가계도를 통해서 형식이나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친족간의 혼인( 형의 아내와 결혼하거나, 자신의 첩을 아들에게 물려주거나)이나 부족의 원수·경쟁자의 아내가 되는 경우를 예로 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자본주의 결혼방식에 저항하는 자유결합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가정 운영의 중요한 주체로서 여성을 강조할 뿐이다. 여성의 역할은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고까지 한다. 자기 인생에 대한 기획과 사회활동을 강조하지만 여성불평등의 문제는 파헤치지 않는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의 역할이다. 즉 창조적이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썩히지 말고 활동하라고 강조한다. 여성의 감수성이 사회발전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역설한다. 초원에서 징키스칸과 동료이자 경쟁관계에 있던 자모카는 그와의 경쟁에서 패하고 나서 "나는 부인을 잘못 얻어 패했다"는 주장을 옮겨다 놓은 것은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기보다는 여성의 가정에 대한 종속을 더 합리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왜냐 하면 어느 시대나 지배권력은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의 이중적인 역할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우마드』에서는 '시(時)테크' 새로운 표현을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란다. 시간을 관리할 줄 아는 여성이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렇게 여성에게 시간 관리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사회생활만이 아니라 가정을 돌보고 책임져야 하는 그녀들의 특수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왜 남성은 할 수 없는지? 남성보다 여성이 더 적당한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가정이 파괴되고 비혼, 이혼 가정이 늘어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가정과 직장을 동시에 관리하는 책임은 여성에게만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자본주의에서 노동자 가족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출산과 육아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한쪽으로 보면 자본으로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노동력 재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위기 상황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강조하는 '시테크'와 '여성 본 모습을 찾아가자.'는 주장은 가정과 사회 모두 만족하는 여성으로 태어나라는 새로운 슈퍼우먼 이데올로기나 마찬가지다. 또한 심각한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몸부림이다.
이 책에서 유난히 강조하는 '유목'과 '여성'은 자본의 새로운 경향(trend)이면서 자본주의 위기의 지점이다. "우마드"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 어떤 전략을 세울 것인가? 다시 한번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라마스테

■ 그때 그때 달라요 : 쿄뮤날레 참가기

내일은 더 맑습니다!

「우리가 '코뮤날레'를 제안하는 것은 맑스이론의 정신과 방법에 입각하여 우리 시대의 중요한 이론적-실천적 문제들과 전면적으로 대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술적 작업과 문화행사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그 동안 서로 소원해진 진보적 연구자들 상호간에, 진보적 이론과 실천간에, 그리고 학술연구자와 문화예술가간에 새로운 상호 이해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이 코뮤날레가 한국 진보학계가 자신의 독자성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진보적 문화예술 실천가들이 진보이론과 연대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 진보진영의 역량이 결집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을 기대한다.」

얼마전 2회를 맞이한 쿄뮤날레의 결성취지문중 일부이다. '소통'! 자본과 국가는 제 살을 찌우기 위해 착취와 억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잘도 실천하고 있지만, 그 (소통)구조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모자란 듯하다.

첫회를 참가하지 못한 나는 다양한 주장과 지식을 습득한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건대로 향했다.
그러나 결성취지문의 '새로운 상호 이해와 소통의 장'이라는 말은 허울좋은 공문구에 지나지 않았다. 고전 맑스주의와 자율적 맑스주의라 이름붙여진 새로운 맑스주의에 대한 주장과 시도들간의 논쟁을 기획하였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 기획 자체가 구색맞추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일단 메인토론의 경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심도깊은 논의를 한다는 조건 자체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당일의 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사전 토론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자리에 온 대중들과 충분한 논의를 하고 공감을 하기에는 부족하였다. 또한 맑스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주장에 고전 맑스주의자들의 문제제기 모습은 소통을 위함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일방적 행위로 비춰지고 있었다. 자율적 맑스주의를 벌겨벗겨 대중들 앞에 올려세운 듯하여 동정심이 들기도 하였다.
'소통'의 허구성은 둘째날 있었던 토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뜻하지 않게 (강의실 호수가 바뀌어서) 자율평론과 다함께의 토론을 듣게 되었는데, 예상했던 대로 다함께가 다함께 몰려와 강의실은 앉을 자리가 없었고 메인토론 보다도 아니 그 두 배를 넘는 사람들로 가득차게 되었다. 자율평론과 다함께는 크게 네트워크와 당, 제국과 제국주의라는 쟁점을 가지고 있었다. 당중심 구조가 가질 수밖에 없는 수직적, 권위적인 구조를 비판하는 자율평론 발제자의 주장에 맞서 다함께 발제자는 이렇게 끊임없이 토론을 하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소통의 구조를 만들어나가고 있고 권위적인 구조나 모습은 없다고 했지만 3시간에 걸친 토론에서 보여진 다함께의 토론 자세는 다함께가 아닌 사람들이 보았다면 자연스레 눈살을 찌푸리게 되었으리라 확신한다. 자율평론 발제자의 주장이 있을 때마다 야유에 가까운 청중(거의가 다함께)의 웅성거림과 다함께 발제자의 몸짓(청중에게 동조를 표하는 어깨짓과 표정)은 진지하게 토론에 임하는 자세로 보기 어려웠고 그 모습에 화가 치밀어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앞으로 진행될 토론의 양상은 점을 치듯 뻔했다.

주장의 내용은 둘째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토론을 임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몇년째 운동의 위기를 외치고 있는 맑스주의자들에게 소통은 아이의 걸음마처럼 아직은 서툴러 보였다. 하여 처음의 기대감보다 아쉬움이 많은 쿄뮤날레였다. 하지만 이러한 쿄뮤날레의 시도 역시 그간의 축적을 통해 이루어진 결과이고 과거의 모습에 비추어 본다면 성숙한 결과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의 축적을 통해 좀더 성숙한 소통의 문화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내일 당장 맑은 날을 기대할 수 없겠지만 점점더 맑아지는 내일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로자


	다음	근로복지공단 방용석 이사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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