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보다인간을!

근로복지공단 방용석 이사장님께

맑은공기 DATE 2005-06-23 14:57:17 HIT 592

근로복지공단 방용석 이사장님께

지금 근로복지공단 앞에서는 하이텍 여성노동자들이 감시와 차별, 해고와 노조탄압으로 인한 집단정신질환 산재 승인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벽에는 여러 가지 구호와 근조 띠가 달린, 이사장님 얼굴이 그려진 그림 천과 산재로 죽은 노동자들 영정이 놓여 있습니다. 이미 하이텍알씨디코리아 회사의 노조탄압은 노동계에서는 잘 알려져 있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13명의 여성조합원이 2002년부터 지금까지 회사로부터 받은 탄압은 정말로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입니다.

구사대를 동원한 폭언과 폭행, 감시와 차별 그리고 징계와 해고 등 어쩌면 변한 것 하나 없이 예전 그대로 입니까? 변한 게 있다면 최첨단 기계를 이용하여 노동자의 정서마저 통제하고 감시하려는 CCTV와 사용자의 신종 노동탄압인 손배가압류가 더해졌을 뿐입니다. 군부독재에 의해 진행되었던 물리적 탄압이 신식으로 변했을 뿐 과거 그대로입니다. 13명의 여성조합원에게 7억 6천만원의 손배가 걸려 있습니다. 모두가‘적응장애, 우울증’진단을 받았습니다. 조합원 5명에 대한 해고는 지노위와 중노위에서 부당해고로 판명되었지만 회사는 복직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는 이런 하이텍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하이텍 조합원들이 제기한 집단정신질환 산재 신청을 불승인 처리 했습니다. 이사장님께 묻고 싶습니다. 이렇게 탄압 받는 노동자들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하이텍 노동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산재 불승인에 항의하기 위해 이사장님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매번 거절당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사장님과 면담하기를 원했기에 이사장실을 찾아 갔지만 이사장실에서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젊은 공단 직원이 '떠드는 것 보니까 멀정하네!'‘투쟁하니까 안되는거야’라고 망언을 했습니다. 공단 직원의 입에서 어찌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습니까? 누구보다도 노동자의 심정을 잘 알 것 같은 이사장님은 면담을 간 노동자들에게 욕하고 멱살을 잡으며 ‘옷 벗는 한이 있어도 안돼’라고 했던 말과 면담 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서 정말 절망감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조금은 달라진 근로복지공단을 갈망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권위적인 독재자나 할 소리를 이사장님께서 하실 수 있습니까? 너무나 절망스럽습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신민당사를 찾았을 70년대 YH 여성조합원이나 우리는 똥을 먹고 살 수 없다던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이나 절박한 심정으로 근로복지공단을 찾았을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자들이나 똑같은 노동자입니다. 시대가 변해서 노동자가 변하고 타락했다고 노조비리 문제로 뉴스에서 난리입니다. 노동운동이 과거와 다르다고 연일 시끄럽습니다. 마치 옛날에 노동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세우듯 노동운동 전체를 타락한 관료와 집단이기주의자들로 몰아 세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당했던 사람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사장님이 보시기에는 하이텍 여성조합원들이 채용비리로 타락한 노동자로 보이십니까? 이사장님이 보시기에는 13명의 여성조합원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이기주의 집단으로 보이십니까? 이사장님이 보시기에는 하이텍 조합원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생떼나 쓰는 폭력 집단으로 보이십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겠지만 그건 당신을 빨갱이로 몰아 세웠던 군부독재와 똑같은 논리이며 거짓에 불과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시대가 변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 논리로 노동자의 생존권 요구가 묵살 당할 수 있습니까?

이사장님이 장관이 되고 이사장이 된 것 말고 억압받고 착취받는 노동자에게 세상은 여전히 힘겨운 삶의 연속일 뿐입니다. 이사장님의 노동운동 경력이 그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한 내세울 자랑거리라면 그것은 내세울 경력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억압받고 착취받는 노동자를 위한 짐이 되기도 해야 합니다. 비판 받는 것이 두려우시겠지요? 자신이 그렇게도 비판했던 사람들과 비교되는 것이 미칠 듯이 싫을 수도 있습니다. 공단 앞에 걸려있는 프랑카드와 무례하게 이사장실을 찾아오는 노동자들이 괘씸하십니까? 괘씸해서‘절대 안돼!’라고 하셨습니까?

이사장님의 욕심과 욕망 때문에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게 하는 이성이 가려져서는 안 됩니다. 자기 욕심에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다면 그것은 더욱 더 과거 이사장님이 비판했던 자들을 닮아가는 꼴입니다. 하지만 그들과 이사장님이 다른 게 분명히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되돌릴 줄 아는 용기일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절대 안돼!”와 같은 독재자적 반응에서 이성으로 그리고 노동자들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온 노동자의 요구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조합원의 질환은 명백히 감시와 차별, 노조탄압으로 인한 노동재해입니다.

이사장님, 지금이라도 감시와 차별·부당해고와 노조탄압으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는 하이텍 노동자에 대한 산재 불승인을 철회하고 재심의를 실시하여 집단정신질환에 대한 산재를 인정해 주기를,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그것이 힘들면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옷을 벗으십시오! 그것이 노동운동을 하는 후배들에게 보일 마지막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노동자의 손으로 끌려 내려지기 전에....

2005년 6월 23일

이윤보다 인간을 위한 활동가들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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