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투쟁의 중심에서 하이닉스-매그나칩 동지들이 2004년부터 힘겨운 싸움을 해 오고 있습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하고 있지만 임금은 절반에 지나지 않았고 각종 차별을 받아 왔습니다. 모든 관리, 감독에 대한
실권을 하이닉스 메그나칩 가지고 있는 것은 이들이 실 사용자라는 점과 하청, 파견업체를 통해서 고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이닉스-매그나칩 자본은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하는 대신에 2004년 12월31일 공장 밖으로 내 모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 가까이 하이닉스-매그나칩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이닉스-매그나칩 자본은 공권력을 동원한 폭력을 행사하며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사회적 합의주의 이데올로기가 투쟁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노사정대표자회의가 비정규투쟁에 승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쟁취가 아니라 권리보호,
노동조합활동 인정으로 투쟁의 목표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은 지난 13일 노사정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난 후 6월18일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했습니다. 이것은 끊임없이 사회적 합의주의에 반대하고 있는 노동계급과 조합원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처사입니다. 비록 앞으로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나오고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합의주의를 폐기하지 않는 한 민주노총에 대한 불신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입법 준비중인 비정규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자본과 정권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기본적으로 자본이 대화할 자세가
되어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노사정합의와 타협이라는 이데올로기는 현장을 죽이는 이데올로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지난 22일에는 열린 우리당의
이목희가 양대 노총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까지 했습니다. 비정규직의 문제가 노동자운동의 쟁점인 것과 같이 자본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협상에서 조율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최소한 무엇인가를 주지 않으면 무엇인가를 얻을 수 없는 것이 협상이고
타협입니다. 그런데 비정규직 문제에서 아무리 커다란 성과를 얻더라도 단 1%의 양보가 현장에 커다란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진정 대화나 협의를 통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그 가능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민주노총은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것도 노사정 대화가 아니라 최소한 한국노총(소속의 하이닉스-매그나칩 원청 노동조합)과 민주노총의 관계에서 말입니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사용자, 그리고 한국노총과도 보조를 맞추면서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겠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이닉스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태는 어떻습니까?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겠다면 서로 악수하는 와중에도 한국노총은 하이닉스-매그나칩에서 민주노총 비정규노동조합을 인정하지도
연대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진정으로 사회적 합의주의를 주장하려거든 노-노 합의와 연대투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도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투쟁은 후퇴하는 투쟁이 아니라 전진하는 투쟁이어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것은 잘 압니다. 그러나 원칙을 지키기 위한 투쟁은 패배하더라도 성과를 남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투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설정한
목표는 진정한 성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울산 플랜트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인간적인
요구를 가지고 플랜트 노동자들이 싸웠습니다. 그런 투쟁의지가 다자간 합의주의나 상층중심의 교섭으로 무너진 것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표면적인
성과나 합의사항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습니다. 벌써 현장에서는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 대신에 다양한 현장탄압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연맹을
비롯한 상층 중심의 교섭을 통해서 투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결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일 순간에 날려 버린
것입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투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치고 힘들수록 승리에 대한 확신과 의지보다는 싸움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그럴수록 상층중심의 교섭과 협상에 의지하게 될 수 있습니다. 전술적인 교섭과 협상은 모든 투쟁 언제 어디서나 필요합니다. 그러나
투쟁을 봉합하기 위한 교섭과 협상은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가져올 결과는 울산 플랜트사건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막는 길은 현장
노동자들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투쟁해야 합니다. 또한 교섭과 협상에 대한 철저한 공개를 요구하고 철저하게 현장노동자들의 토론을 통한 입장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비록 패배하는 타협이라도 현장노동자들이 고뇌 속에 결정한 것이라면 미래는 있습니다. 그러나 상층이 이미 판을 다
짜놓고 압박해서 결정하라고 몰아붙이는 타협은 미래가 없습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투쟁에서 22일 예정되어 있던 지역총파업 투쟁이
무산되었습니다. 이것은 하이닉스-매그나칩 투쟁과 관계된 각 조직의 이해관계가 상충된 결과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역총파업은 연기되거나
폐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칙은 폐기되거나 잊혀져서는 안됩니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그 원칙은 바로 정규직화
쟁취라는‘기본’입니다.
이제 하이닉스-매그나칩 투쟁은 단순하게 비정규투쟁의 중심이라는 것 이외에 우리의 투쟁이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중심이어야 하는지를 말해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노-노 갈등도 해결하지 못하는 노-사-정 이데올로기가 허구라는 것을 말해야 합니다. 또한
정규직화 쟁취라는 목표로 지역연대, 지역총파업 투쟁이라는 새로운 투쟁과 실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상층중심이 아닌, 비밀 협상이 아닌
공개된 현장중심의 투쟁과 교섭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모습이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하이닉스-매그나칩 투쟁이 전략과 원칙을
폐기한다면 전국의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냉혹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투쟁이 2005년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이어가는 또 하나의 밑거름이 되어야 합니다. 전열을 정비하고 원칙을 바로 세워서 꼭 승리할 수 있도록 전국의 모든 동지들이 연대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30일 전국 노동자대회를 기필코 사수하여 투쟁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도록 함께 싸워 나갑시다.
|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