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군대를 두고 누군가 국가의 '곤봉'으로 묘사했던가? 최근 집회와 시위 때마다 벌어지고 있는 경찰폭력을 두고 보면, 이 말처럼 잘 들어맞는 말도 없는 듯 싶다. 물론 정부는 사실을 호도한다. 시위진압은 경찰권의 정당한 행사라고 말이다. 그리고 준엄하게 꾸짖는다. 과잉진압이 있었다면 그것은 불법시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할까? 이들의 주장처럼 경찰권의 행사라는 것은 언제나 정당할 수 있는 것일까?
백번 양보해서 '정당한' 경찰권의 행사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고 시작해보자. 적어도 정당한 경찰권이라고 불릴 수 있으려면, 그것은 법이 규정해 논 최소한의 절차와 한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만약 그 절차와 한계를 넘어선다면, 그것은 공권력의 과잉사용금지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도리어 경찰폭력 혹은 국가폭력이라고 불어야 마땅하다. 공권력의 과잉사용금지원칙은 경찰권의 행사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그래서 94년에는 "적법성이 결여된 직무행위를 하는 공무원에 대해 폭력을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의 죄를 물을 수 없다."라는 대법원판례도 나온 바 있다.
여러 집회나 시위현장에서 부상당한 피해자들의 사례를 종합해보면, 최근의 경찰력행사가 최소한의 절차나 한계조차 무시한 불법적인 폭력에 다름 아님을 잘 알 수 있다. 가까운 예로 부안에서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집회나 시위현장에서 부상당한 군민들 중 51%가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맞아 뇌진탕 혹은 안면부상 등으로 치료받은 바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경찰장비의 사용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경찰직무법'과 '경찰장비사용규칙'을 위반한 불법행위이다. 또한 지난 11월9일 노동자대회에서는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맞아 실신한 노동자를 경찰이 그대로 방치하는 장면도 여럿 목격되었다. 이 또한 '피해발생 시 긴급구호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경찰장비사용규칙'을 위반한 행위이다. 요컨대, 설사 법적으로 불법인 요소가 시위과정에서 돌출 되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준수되어야할 경찰권 행사의 범위를 경찰 스스로 초과한 만큼, 그 행위는 어떠한 이유에서건 정당한 것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경찰폭력을 제재하기 위한 합리적인 대책을 세워도 모자랄 판에, 경찰폭력을 방조하거나 부추기는 관행이 경찰을 포함한 정부 조직 내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바 대로, 11월9일 노동자 대회가 끝난 후, 폭력진압을 앞장서서 지휘했던 서울경찰청 기동단장은 기동대원들의 적극적인 대처를 치하하는 망발을 일삼은바 있다. 나아가 대통령조차 과잉금지원칙을 어겨가면서 폭력을 행사한 경찰에 대해 일벌백계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시위엄단"이라는 정반대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단적으로 집회나 시위 때문에 수백명의 노동자가 구속되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어도, 폭력을 행사한 경찰중 단 한 명이라도 처벌받았다는 이야기를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경찰폭력은 몇몇 제도나 법규를 고친다고 해서 근절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경찰력의 속성자체가 필연적으로 과잉폭력을 낳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경찰폭력을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몇 가지 제도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과잉·폭력진압을 주도하고 있는 제 1기동대의 해체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 전 시위현장에서 어김없기 외쳐졌던 백골단해체의 구호는 오늘 '1기동대 해체'라는 구호로 되살아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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