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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의 세계화, 그러나 갈 길 멀다
'논쟁 없는 공허한 '연대'만 - - -식량, 물에 대한 권리 관심 커'
<2004 세계사회포럼참관기>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인도 뭄바이에서 열렸던 2004 세계사회포럼의 슬로건은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였다. 세계사회포럼은 그 헌장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신자유주의, 자본의 세계 지배와 모든 형태의 제국주의에 반대하며, 인류 사회 내에서 그리고 인류와 지구(planet)간 풍족한(fruitful)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시민사회 집단과 운동들이 효과적인 행동을 돌출하기 위한 공개된 논의의 장이다.
그러나 올해 4회째였던 세계사회포럼은 자본의 세계를 넘어선, 모두가 평등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기 위한 실천적 과제를 제시하지 못했다.
논쟁없는 공허한 울림만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쟁, 인종주의, 여성 등 주요한 의제와 1백30여개의 소주제는 거의 대부분 논쟁 없는 공허한 울림만 되풀이했다. 그래서 으레 결론으로 매듭짓는 ‘연대해야 한다’는 외침은 또 다른 세계를 향한 힘찬 실천이기 보다는 탁상공론격이었다. 다행인 것은 활동가총회에서 모아진 ‘호소문’을 통해 구체적인 행동결의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투쟁의 세계화! 희망의 세계화’를 주창한 이 호소문은 미국과 영국, 동맹국에 의한 이라크 침략에 항의하는 ‘3.20국제적인 반전운동’과 ‘WTO 각료회의를 저지하고 공유재, 환경, 농업, 물, 건강, 공공서비스와 교육을 지키기 위한 사유화 반대투쟁에 연대할 것’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3월8일 국제여성의 날, 3월30일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인종분리 철폐 투쟁의 날, 4월17일 국제농민의 날을 구체적인 투쟁일정으로 잡았다.다양한 주제들이 6일 동안 포럼형식으로, 또 집회와 문화공연으로 표출됐다. 참석자들 모두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인류 공동의 재산을 파괴하고, 민중의 생존권과 기본적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심각하게 고발하고 공유했다.
이런 끔찍한 현실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었다. 생후 7개월 된 아이와 함께 거리에서 잠을 자야만 하는 사람, 가족들의 행렬, 물 한 바가지로 세면과 용변을 해결하는 사람들, 다국적 기업과 이에 결탁한 정부의 개발로 토지를 빼앗기고 굶어야 하는 선주민들의 울분... 행사장 안과 밖 곳곳에서 참석자들은 빈곤 그 자체가 인권침해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목격했다. 그런데 이런 절박한 현실은 국제적인 활동가들이 또 다른 세계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테이블과는 거리가 있었다.
인도의 활동가 마이나 핌플은 “2001년 세계사회포럼의 중심의제는 반신자유주의 운동이었고, 2002년과 2003년은 군사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이었다”면서 “올해 세계사회포럼에서는 이 두 주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바로 ‘인권’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굳이 그의 설명이 없더라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인권침해’는 거의 모든 소주제논의에서 빠지지 않았던 주요 개념이었다.
제3세계 민중현실과 동떨어진 논의-통합적 관점 결여돼
그러나 ‘인권’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투쟁의 세계화, 희망의 세계화의 무기가 되기엔 아직 멀었다는 것을 이번 세계사회포럼은 보여주고 있다. 엠네스티인터내셔널, 국제인권감시(Human Rights Watch), 유럽 반빈곤네트워크(EAPN) 등 국제적인 주요 인권단체들이 함께 주관한 섹션은 ‘인간 안보’보다는 ‘국가 안보’를 우선시하고, 자본의 세계화로 더욱 강화되면서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할 뿐이었다. 또한 참가자들 대부분이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온 선주민, 농민, 불가촉천민집단 등이었는데 바르셀로나의 인권도시 만들기 사례 발표 등 이들 참석자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주제가 생뚱맞게 마련됐다.
뿐만 아니라 카스트제도, 아프리카의 인종차별 등 전통적 인종주의가 주요한 의제였고, 특히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인종주의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을 논의하면서 현대판 노예제로 일컬어지는 이주노동자문제 등 신인종주의문제와 연결시켜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관점이 결여돼 있었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은 자유권활동에 중심을 두고 있던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국제인권단체들이 사회권영역으로 활동영역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면 반가운 일이지만, 앞서 지적한 것을 토대로 볼 때 북반부 인권운동진영의 한계를 인권운동영역에서 ‘세계화’하지나 않을까 우려가 앞섰다.
식량주권, 인종주의에 대한 관심 커
한 가지 좋았던 것은 한국 인권운동진영에서는 아직 관심이 적은 식량주권(right to food0, 물에 대한 권리(right to water), 인종주의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진행됐으며, 제3세계 농민, 선주민, 불가촉천민집단 등 다국적 기업과 권위주의적 정부에 위협받고 있는 민중들이 자신의 언어와 표현방식으로 포럼 기간 내내 지치지 않고 풀어냈다는 점이다.
“우리는 개발로 토지도 빼앗기고 물도 빼앗기고 당장 굶어죽어야 할 판인데, 도대체 여러분들이 이야기하는 인권은 언제 실현되는 것이냐?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는 인도 선주민의 울분어린 질문은 세계사회포럼 조직위나 인권운동진영이나 모두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주간다산인권151기고 ; 다산인권센터 노영란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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