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눈> 인권을 가장한 북한자유법안의 의도
우리는 인권을 명분으로 인권을 파괴하거나, 평화를 명분으로 평화를 파괴했던 사례들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당장에 이라크 점령이 그렇다. 후세인으로부터 이라크 인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방지한다는 게 전쟁의 명분이었다. 하지만, 전쟁과 점령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일들은 이러한 명분들이 한낮 거짓에 불과하고, 사
실은 후세인 체제를 전환하는 게 전쟁의 진짜 목적이었다는 걸 낱낱이 보여준 바 있다.
지금 미 의회에 상정되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북한자유법안’도 같은 논리에서 시작한다. 이 법안의 발의자들은 ‘북한 자유법안’의 목적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개발을 금지하고, 민주주의체제로의 한반도 통일을 지원하며, 북한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이 법안의 발의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인권은 거짓명분에 불과하며, 사실상의 의도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게 명명백백하다.
자유법안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우선 법안 3장에는 “북한의 민주주의를 촉진한다”는 이유로 대북 라디오 방송을 24시간으로 늘리고, 북한 주민에 대해 라디오를 공급하며, 이 문제에 관여하는 단체들에게 매년 50～100만 달러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방송과 관련 단체들의 활동을 바탕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세계의 소식을 전달하
여” 탈북을 유도하겠다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양산된 탈북자에 대한 지원대책은 법안 2장에서 다루어진다.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를 가진 사람들을 S비자 대상을 규정하고, 탈북주민에 대해 임시입국과 난민지위를 인정하겠다는 등의 내용인 것이다.
그 다음 4장으로 넘어가면, 북한과 진행할 어떠한 협상이든 간에, 대량살상무기문제와 북한인권문제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요컨대, 탈북자를 양산하고 북한 인권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함으로써 북한정권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이를 통해 북한체제를 시장경제로의 전환(혹은 붕괴)시키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 법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북한에서의 종교의 자유들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다보니 미국내 종교단체들의 지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대북전문가인 존 페퍼는 “ 2004년 미 의회는 북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강경한 내용을 담고 있는 대북관련법안을 적어도 하나는 통과시켜야 하는데, 하원의 경우 이 법안이 가장 많은 지지세력을 가지고 있다”며, 법안통과가 무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최근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실천해온 여러 사회단체들이 ‘북한자유법안’에 대한 대응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 북한 자유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정리해 미 의회에 전달하는 일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일을 계기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미국식 잣대가 아닌 인권적 잣대에 따른 고민이 좀 더 폭넓게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미국과 국내 일부 보수단체가 주도하는 왜곡된 북한인권논의를 그저 수수방관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인권단체들에게 ‘북한인권’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할 하나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손상열/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
주간다산인권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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