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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차이와 연대의 정신을!
- 일본의 '우향우'와 평화운동의 몰락에서 한국변혁운동진영의 미래를 보자! -
일본의 '우향우'는 일본 좌파=변혁운동 진영이 자초한 것
분열된 일본 평화운동세력의 역량을 결집하는 것도 과제다. 55년 비키니 핵실험을 계기로
히로시마에서 첫 원수폭금지세계대회를 열었던 일본 운동세력은 60년대 이후 소련의 핵실
험 등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부진통을 겪었다. 사회당 계열이 전면적인 반대를 주장한 데 반
해 공산당 계열이 미국의 핵공격에 대한 방어적 성격임을 이유로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
이다. 이런 노선대립은 62년과 63년에는 원수폭금지세계대회가 무산되는 사태로 이어졌고,
이후 사회당 계열은 따로 ‘원수폭금지일본국민회의’를 결성해 별도의 세계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다행히 2005년 히로시마 원폭 60주년을 맞아 원수폭금지일본협의회와 원수폭금지일본국민
회의 등 반핵 평화세력들이 함께 국제시민회의를 여는 방안을 협의하는 등 평화운동세력간
연대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한겨레, 2003.08.13)
사회당은 개헌 저지선인 1/3 의석을 유지함으로써, 자민당 등 일부세력이 개헌을 통해 일방
적으로 ‘우경화’로 치닫는 것을 견제했다. 일본의 전후 평화주의가 ‘1/3 평화주의’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당은 정권획득을 통해 절대적 평화체제(작가인 오다 마코
토의 표현을 빌리자면 ‘양심적 병역거부 국가’)를 일본사회에 실현시키지는 못했지만 개
헌저지선을 유지함으로써 전후 평화주의의 ‘방파제’ 구실을 해왔던 셈이다. 그런데 현재
사민당의 중의원 의석수는 18석에 불과하다. 전성기였던 1958년의 166석이나 90년 139석
과 비교하면 거의 ‘괴멸’에 가깝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유사법제 제정과 헌법개정 논의에 찬성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유
일한 호헌 평화세력의 괴멸이 평화주의의 쇠퇴 그 자체인 셈이다. 사회당의 몰락 원인을 둘
러싸고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지만 옛 사회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미-일안보조약의 폐기,
자위대 위헌과 같은 비현실적 이상론에 빠져 유럽 사민당과 같은 보통의 ‘사민주의 정당’
으로 변신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 최대 원인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유럽의 사
민당이 나토체제를 현실로 받아들인 것처럼 일본의 사회당도 미-일안보조약을 현실로 받아
들여 정권을 획득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평화주의는 미-일안보조약(미-일동맹체제)과 동전
의 양면과 같은 것이어서 일본의 ‘비(경)무장’이라는 안보 공백을 미군이 대신 메워주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회당이 주장한 미-일안보조약의 폐기는 오히려 전후 평
화주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었다. 문제는 전후 평화주의를 보완할, 혹은 대신할 새로운
안전보상 구상 제시에 사회당이 실패했다는 것이다(굳이 있었다고 한다면 ‘국제연합 중시
의 안전보장 구상’이었을까).(한겨레, 2003.08.15)
'내탓이오'는 천주교 일부의 신앙운동 구호가 아니라 변혁운동진영의 자기반성적 구호여야한
다. 사회변혁운동이 '네탓'을 할 때 사회의 법칙적 재생산구조(생산양식)에 대한 것이지 그것
이 반동적이건, 변혁적이건 주체(주체화양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은 기본이다. 주
체의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당연히 변혁운동 진영은 기본구호로 '내탓이오'를 채택한
다.
단적으로 오늘날 일본의 '우경화'는 당연히 신자유주의 = 무장한 세계화를 벗어나 설명할
수 없는 것이지만 주체의 문제를 놓고보면 일본의 평화운동-변혁운동진영이 자초한 것이고,
한국의 변혁운동진영이 무눙한 탓이고, 북한의 정치권이 너무나 대범하지 못하고 아둔한 탓
이고, 지구상의 변혁운동진영이 힘이 없는 탓이다.
그중 일본의 변혁운동진영이 오늘날 '우향우'를 막아내지 못할 정도로 힘을 쓰지 못했던 이
유를 들여다보면 첫째, 사회당과 공산당경향, 그리고 이 제도정당들과 비(제도)정당적 운동
들간의 심각한 분열의 역사와 둘째, 사회당의 의석수를 기반으로 한 평화헌법 수호라는 상
대적으로 쉬운 방법으로 '우향우'를 견제해온 역사적 실천이 드러난다.
첫 번째 문제점은 역사적 사회주의운동의 기본적인 문제였다. '냉전'이라는 이름으로 소련을
중심으로 동구와 신생사회주의 민족국가들이 단일하게 편제되어 자본주의체제의 하위범주로
작동하는 사회주의 세계체제가 완성(?)되었을 때 이미 역사적 사회주의운동의 파산은 예고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1953년부터 시작되어 점차 격화한 사회주의 세계체제 내부의
중소간의 갈등은 그러한 파산을 앞당겼고, 파산은 결국 1968년 혁명을 경과하며 기정사실화
되었다. 1968년이후 사회주의적 (제도)정당운동들과 사회주의적 비(제도)정당운동들간의 갈
등은 새로운 사회주의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기존 사회주의운동의 내재적 비판으로
성장하지 않고 결국 사회주의운동의 새로운 순환의 밑거름으로 기능하였다. 일본의 사회당
과 공산당 경향의 대립은 일국적-민족적-애국적 사회주의의 역사적 형태인 서구 사민주의
와 스탈린주의의 망령이 지배하던 역사적 사회주의운동의 일본판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 변
혁운동이 제자리를 잡게하는데 실패하였다. 일본의 사회주의(제도)정당들은 철저히 자민당
일당독재의 하위범주로 작동하는 수준에 이르는 운동만을 전개하였다.
둘째, 사회당의 의석수는 확실히 '평화헌법'을 지키는 중요한 보루였다. 그러나, 계급투쟁은
생물과 같고 계급투쟁지형은 언제나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평화헌법수호'등의 구호나
요구나 '원칙'이 아니라 인민대중의 '인권과 평화, 그리고 노동해방'이라는 열망과 꿈을 조직
하는 것이어야하며 이를 실천하는 변혁운동의 치열함이어야한다. 그런데, 사회당과 공산당은
실천전술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였지만 모두가 '대의제'라는 헛깨비같은 방법에
매달렸다. 사회당은 '의석수'로 평화헌법을 수호하였는데 이는 한번 성공하였고 그랬기 때문
에 가장 쉬운 방법을 끝까지 고집하다가 죽은 경우에 속한다. 민주노총으로 상징되는 한국
의 민주노조운동이 대기업-남성-정규직노조운동의 파괴력이 기대어 '빛나는 성공'을 거두었
으나 오늘날 바로 그것을 고집하다가 몰락하고 있음을 직시하라. 모든 운동은 성공한 전술
때문에 그 전술을 고집하다가 몰락한다. 사회당과 공산당의 몰락은 한겨레신문 기사가 얘기
하는 '원칙고수'로 인하여 몰락한 것이 아니라 1968년을 준후한 인민대중의 새롭고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극한까지 수용하는 '민중의 직접정치'를 포기하고 '대의정치'의 신화에 집착하였
기때문이었다. 정당운동들은 비정당운동들의 폭발적인 인민대중운동에 기반한 근본적 문제
제기를 수용하지 않고 운동지형을 왜곡하였다. 1968년을 전후하여 폭발한 비정당운동들은
내부의 무능력 자신의 건강한 문제의식조차 살리지 못한채 정당운동들이 핵심부위를 장악하
고 있었던 노동운동등의 대중운동에서도 외면당하면서 70년대 중반을 거치며 몰락하였다.
다시 한번 변혁운동진영에 '차이와 연대'의 민주주의와 정치를!
사회당의 외연에서 평화주의를 지탱해왔던 반전 평화운동 세력의 몰락도 평화주의 퇴조에
한몫 거들었다. 특히 좌파의 분열대립으로 인한 살륙은 좌파운동권이 주도해왔던 반전평화
운동의 도덕성과 대중성에 간접적으로 심각한 손상을 끼쳤다. ‘우치게바’(내부라는 뜻의
일본어와 Gewalt라는 독일어의 합성어로 조직내의 주도권 대립을 뜻함)로 인한 서로간의
폭력으로 희생된 피해자만 1969-1999년 동안 무려 1960건, 사망자 113명, 부상자 4600명
에 달한다. 청년·학생시대의 ‘공통경험’이 사회 곳곳에서 축적돼 새로운 개혁의 힘으로
작용하는 나라가 많은데 반해 일본의 청년·학생들이 경험한 60~70년대의 '상처'는 단절과
분열의 계기로 작용한 셈이다. ‘각론에 강하고 총론에 약하다’‘지나치게 탈정치화돼 권
력구상이 없다’'지나치게 파편적이다’는 일본 시민운동의 특징은 이런 상처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다.(한겨레, 2003.08.15)
일본 변혁운동의 몰락과 '우향우'는 한국변혁운동진영의 최근상황에 일정한 시사점을 준다.
2002년부터 시작된 변혁운동진영의 활동가조직들, 또는 정치조직들간의 연대 움직임은 현재
노동자의 힘과 현장연대등의 비국가운동그룹들 사이에서의 논의를 마지막으로 '연대운동의
구조화의 실패'로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2002년 1월의 토론회 당시만 해도 상당한 기대롤 모
았고 2002년 상반기의 6단체 '연대회의' 시절과 8월의 활동가대회 때만 해도 우여곡절이 많
않지만 가승성이 보였던 한국 변혁진영의 '연대'가 2002년 10월의 대선'전술'과 관련한 논의
를 거치면서 사실상 어려워지고, 그 연대의 끈을 부여잡기 위해 노동자의 힘과 현장연대간
에 진행된 '활동가정치조직 준비위원회'도 결국 2003년 5월말 예정이던 조직통합과정을 마무
리하지 못하고 현재 노동자의 힘의 총회에서의 평가과정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 노동자민중회의의 '동아시아반전회의 제안과 실천', 그리고 노동자의 힘의 제안으로 실
행된 '반전토론회와 후속모임', 기타 '사회주의포럼'등의 노력이 있기는 하였지만 어떠한 경
로도 미래가 불투명하다. 모두가 제갈길을 가는 분위기이다. 어렵게 만들어진 '맑스꼬뮤날레'
는 '차이'를 드러내는데는 어느정도 열었지만 '연대'가능성은 사실상 닫았다.
일본의 우치게바는 '적대적'이라고 간주되는 정파의 활동가를 테러하고 암살하는데까지 이르
렀다. 한국의 우치게바는 전통과 조건이 달라서인지 그정도까지는 나아가지는 않았지만 결
과는 동일하다. '함께 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절실하고 엇비숫한 정세적 절박성에 처한 반
전투쟁을 매개로한 연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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