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운동의 조건 : 자본의 세계화와 대안의 세계화

1. 자본의 세계화는 민중의 생활조건의 개선이나 모든 나라의 발전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근본적으로 불평등한 과정이다. 금융자본은 수많은 나라와 지역에서 부와 민중의 생활조건을 파괴했다. 아프리카, 러시아, 동유럽, 라틴아메리카, 동아시아가 차례로 경제위기에 의해 타격을 받았고, 그 결과 미국과 유럽연합은 90년대 내내 지속적인 성장을 경험했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화는 미국과 유럽연합 일부의 범세계적 지배이다.

2.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군사주의와 전쟁은 세계화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90년대 중반에 이루어진 미국과 유럽연합 군수자본의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은 군산복합체를 새롭게 부활시켰으며, 군산복합체는 세계의 군사화과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90년대 10년 호황을 끝으로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직접적인 군사적 수단의 사용이 금융자본의 이해를 보증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도구가 되고 있다. 이제 세계화는 무장력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요컨대 반세계화 운동과 반전운동의 결합은 우리운동의 중요한 과제이다.

3. 자본의 세계화가 초래하는 파괴적인 결과들―빈곤, 불평등의 확산, 여성에 대한 폭력의 증가, 군사화, 생태파괴 등―에 맞서 '이윤보다 인간을' 위한 세계 민중의 저항 또한 세계화되고 있다. 치아파스 원주민 봉기를 전사로 하는 저항의 세계화는 시애틀, 워싱턴, 프라하, 제노바를 거치면서 발전해왔으며, 2000년 이후 진행되고 있는 세계사회포럼은 세계화를 넘어선 대안을 둘러싸고 토론과 논쟁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세계화의 파괴적인 결과들에 대한 저항과 항의로부터 촉발된 반세계화 운동이 이제는 자본주의체제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와 세계화를 넘어서는 '다른 세계'에 대한 논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점이 21세기 초에 이르러 다시 활성화되고 있는 세계 민중운동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이다.

우리의 일반적 과제들 : 노동자운동의 전화와 여성운동

4. 우리는 여전히 착취체제인 자본주의를 폐절 할 수 있는 이론으로서, 노동자 계급 스스로의 해방 속에서 사회전체를 해방시켜나가는 맑스주의를 계승한다. 그러나 한국 노동운동은 이념적 좌표를 상실한 채 국가주의, 사회적 합의주의, 경제주의, 개량주의로 경도되어 있다. 현재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자본의 세계화에 대항하는 조직운동으로서의 노동운동이다. 그러므로 노동자 계급의 자기 해방과제는 현재의 국면에서 재구축 되어야 한다. 노동운동은 자본의 세계화에 맞서는 노동자 국제주의와 반자본 사회운동과의 접합, 그리고 노동력 재생산의 측면에서 성적차이에 기반한 여성권과의 해후, 노동대중의 분절화에 맞서는 계급적 단결을 혁신의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5. 자본의 초민족화에 의해 추동되는 세계화는 배제와 불평등의 세계화이다. 이런 세계화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일반화할 뿐 아니라, 통치성을 목적으로 한 새로운 전쟁양상을 통해 민족적, 인종적 절멸, 그리고 약소자의 일반화라는 국면을 맞게 한다. 이것은 새로운 역사성(문명)의 인식과 모순의 내적 전화(변혁의 정치의 조건을 사고하게 하는 정치)를 위하여 보편성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요구한다. 또한 자본주의의 위기를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 속에서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착취, 폭력을 제도화한다. 특히 가족의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여성의 대가 없는 가사노동과 의무화된 모성을 강요하며, 성폭력과 성매매 등 극단적인 폭력과 착취를 통해 억압할 수 없는 최저한도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봉기적 주체로서의 여성과 여성권을 통한 전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여성권은 이러한 여성이 겪는 모든 극단적인 폭력을 제거한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세계화에 의한 극단적 폭력의 일반화라는 조건 속에서 봉기적 주체가 주체화될 수 있는 정치의 조건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은 기존의 특수한 동일성의 해체와 보편적 동일성의 구축을 위한 새로운 정치에 의해서 가능하다.

6.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권은 기존의 남성적 주체-민족적 주체로 일반화된 동일성의 정치에 대한 해체와 여성적 동일성의 구축 그리고 이를 통한 공동체의 전화(사회적 유대)로서 성적차이의 윤리를 제시한다. 또한, 여성운동은 사회변혁운동의 전화로서 여성권을 발본적으로 제기하는데, 이것은 노동자 계급내의 성차란 문제를 인식함으로써 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착취와 억압에 맞선 노동대중의 성적 분할과 지적분할, 그리고 경쟁을 극복하는 집단적 운동으로서의 사회변혁운동은 바로 노동권과 여성권의 결합이라는 문제설정 안에서 가능하다.

새로운 출발 : 이윤보다 인간을!

7. 우리는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사회운동을 과제로 인식하면서 자본주의의 착취체제에 맞선 사회변혁을 추구하고, 국가사회주의체제에 내재된 한계를 극복하는 근본적인 변혁을 추구한다. 당/노조 운동의 국가주의적, 비대중적 운동을 비판하며, 자본주의적 상품관계, 착취관계를 폐절하는 사회운동을 지향한다. 또한 우리는 국가주의를 넘어 대중의 정치가 올바로 실현 될 수 있는 평의회 운동을 지향한다.
우리는 전화된 맑스주의를 이론적 기반으로 삼고, 대중의 정치를 지향하는 평의회 운동을 지향으로 삼아 노동자-민중들 속에서 가장 단호하고 변혁적인 분파로서 투쟁해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어떤 특정한 조직형식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정세적 인식 속에서 과학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를 변혁할 주체로서의 자기 해방 조건을 만들기 위한 봉기적 실천과 활동가들의 새로운 사회적 유대 실현을 현실화 할 수 있는 주체 형성 과정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학습, 투쟁, 자기 반성을 통해 내적 자율성을 확보해 나가고, 동지간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동지애를 실천해 나간다.

8. 우리는 자본주의 위기를 민중 착취의 극대화로 돌파하려는 경향에 대해 단호하게 맞설 것을 결의하며 동시에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현실 대중운동 속에서 만들어 나갈 것을 자기 과제로 인식한다. 또한 우리는 착취에 맞서 주체의 해방을 위한 모든 세력과 연대하며, 자본주의에서 구성되지 못한 남성과 여성의 성별화된 권리, 상품관계를 철폐하고 노동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더불어 자본의 세계화에 맞서 노동자-민중이 새로운 대안적 세계저항질서를 만들어 나갈 것이며, 전지구적 인간해방전선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2004년 2월 1일
이/윤/보/다 인/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