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건설노조 파업사태의 부당성 전파를 위해 지역언론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이 담긴 내부문건이 나왔다. 포스코 본사 농성 현장에서 발견된 해당 문건은 포항제철소의 중간간부가 작성한 것으로 밝혀져 이후 파장이 주목된다.
21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건설노조 파업 동향 및 대응 관련보고('06.7.7 포항제철소)>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포항지역 건설노조 파업에 대한 포스코의 대응 전략 및 대응 방향이 담겨 있다. 문건은 △파업 경과 △건설노조의 파업 배경 및 전략 △파업 상황 및 불법 사례 △대응 전략 △대응 활동 △향후 대응 계획 등의 순서로 돼 있으며, 특히 포스코가 지역언론을 활용해 파업의 부당성을 전파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 포스코 내부에서 작성한 것으로 확인된포항제철소 중간간부 작성…포스코 "회사 관련 기사 보고용"문건 중 '공감대 형성 및 노조명분 약화 활동'이라는 항목을 보면 파업의 부당성에 대한 성명서를 지역 조간신문에 게재하고 사설, 기고문, 기자수첩 등을 통해 우호 여론을 형성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 포스코 내부에서 만든 건설노조 파업 대응 문건 중 일부. 7월7일 작성한 보고서에 지역언론 7월10∼11일자에 실릴 내용이 기재돼 있으며, 확인 결과 이들은 대부분 그대로 실현됐다.
7월 7일 문건에 담겨 있는 이러한 계획은 대부분 며칠 뒤 실제로 실현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일보 7월 10일자 1면 하단에는 <포항시민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포항 전문건설 기계협의회 회원사 일동', '포항 전문건설 전기협의회 회원사 일동' 명의의 5단 의견광고가 실렸다.
의견 광고에는 "포항제철소 각 출입문에서는 노조원들이 복면을 하고 출입차량과 출근자 개개인에 대해 검문검색을 하는 등의 치안질서를 파괴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 경북일보 10일자 1면 하단에 실린 의견 광고.
경북일보는 7월 10일 <경제부터 살려놓고 봐야 한다>는 사설을 통해 "우리는 어려울 때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며 고난을 함께 극복해나가려는 의지를 갖춰야 한다. 개인이익보다는 지역경제를 먼저 살려야 한다는 공동체의식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북일보는 <포항건설노조 파업 이대론 안된다>는 제목으로 주지홍 포항청년회의소 회장이 작성한 기고문을 10일자에 실었다. 경북매일에도 <누구를 위한 파업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11일자에 실렸다.
영남일보는 11일 <건설노조 파업…경제손실 막대>라는 제목의 '취재수첩'을 실었고 매일신문은 10일 <포항 파이 키우기 나선 신임 시장>이라는 제목의 '기자노트'를 게재했다. 문건에 나와 있는 언론 대응 활동이 실제로 이행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후 파장이 주목된다.
포스코가 포항지역 건설노조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서 지역 언론과 모종의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문건은 포항지역 건설노조가 포스코 본사 농성을 벌이던 과정에서 입수됐다.
문건에 담겨 있는 '4. 대응전략'을 보면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자료를 적극 확보해 법적 대응 상황에 대비하고 포항시, 경찰, 국정원 등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해당 문건이 포항시나 경찰, 국정원 등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또 '6.향후 대응 계획' 대목에는 '공권력 투입(7.13. 목. 이후)' 아래 "경찰, 불법 행위에 대한 공권력 투입(상황에 따라 7.13. 목 예상) 지역사회의 여론 형성과 불법행위 증거 자료 확보 후 공권력 투입" 등의 내용이 적혀있어 보고서를 작성한 7일 당시 상황인식과 정보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문건의 작성주체를 확인해 본 결과 포항제철소 장성환 섭외부장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최명선 선전부장은 "문건은 포스코 안에서 입수된 것이다. 어투나 표현방식 등을 볼 때 포스코 쪽에서 작성한 문건으로 보인다"며 "노조는 지역언론이 노동자 파업에 있어 사용자 입장에 서서 보도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과거에도 사용자와 언론의 일상적인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왔는데 이번에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난 것"이라며 "포스코와 언론이 사전에 파업 보도의 태도를 정하고 공모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건 작성자인 장성환 섭외부장은 "포스코가 사전에 언론과 파업관련 보도태도를 정했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면서 "홍보라는 것이 좋은 기사가 나오는지 분위기를 보는 것인데 (언론사 쪽에 알아본 결과) 나중에 이러이러한 기사를 준비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내부적으로 보고하기 위해 문건을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본사의 김상영 상무는 "포스코가 언론에 어떤 기사를 써 달라고 해서 언론이 그렇게 보도한다는 얘기는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며 "(문건의) 제목에 그렇게 적어 놓으니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회사에서 언론에 어떤 기사를 써달라고 한 적이 없다. 회사와 관련된 기사가 나왔다는 것을 (실무 담당자가) 보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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