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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과 시공사 등의 무책임한 재건축으로 강제철거 위기에 놓인 한 세입자 노부부가 바리케이트를 친 채 장기농성에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26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촌동 624번지 소재 포일주공 아파트 관내에서 열린 ‘포일주공아파트 주거권 실현을 위한 투쟁 결의대회’도중 빈민해방철거민연합(빈철연) 산하 의왕 포일 주공 아파트 철거민대책위원회(위원장 임복화, 이하 포일주공철대위) 소속 회원인 진중선씨(82세)는 부인 정순자씨(67세)와 함께 주거권을 지키겠다며 자신이 세들어 살고 있는 13동 405호 출입계단을 바리케이트로 완전 봉쇄하고 장기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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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일주공아파트 주거권 실현을 위한 투쟁 결의대회. (오른쪽 아래) 바리케이트 설치 중 철거민들이 용역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진씨는 지난 1월 29일 명도소송(수원지방법원)에서 이겨 2008년 6월까지 법적으로 주거권을 보장받은 상태지만 이미 포일주공아파트 지역 일대가 펜스로 통제한 채 공사(GS건설)가 한창 진행 중이라 진씨 가족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정상적인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이날 진씨가 전격적으로 장기농성에 들어감에 따라 포일주공철대위 회원들은 상황은 조금씩 달라도 ‘주거권 사수’라는 공통의 이해로 결합, 유사시 용역회사의 침탈에 대비한 24시간 공동 비상체제로 돌입했다. 이에 따라 진씨가 장기농성을 시작한 13동은 현재 각 동별로 흩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일주공철대위 회원들의 투쟁 중심 공간으로 발전할 가망성이 높아졌다.
진씨를 포함해 세입자 12가구로 구성된 포일주공철대위는 2005년 말부터 재건축조합과 시공사를 상대로 주거권 사수투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며 이들 외에도 2가구가 더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앞서 열린 ‘의왕 포일주공아파트 주거권 실현을 위한 투쟁 결의대회’에서 포일주공철대위 곽순화 고문은 2004년 재건축 발표이후 시공사인 GS건설 및 의왕시 당국이 “재건축에 대한 사례는 없다”며 세입자들에게 터무니없는 이사비용만을 제시하며 무조건 이주를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 고문은 또 2005년 9월부터 용역 회사의 깡패들이 상주해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 사실을 폭로하고 이주통보조차 정식 문서가 아닌 현수막이었다며 이들의 비인간적인 작태를 지적한 뒤, 지난해 6월부터 1, 2단지 정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구를 봉쇄해 남아있는 주민들과 방문객들의 이동권을 일일이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례발표에서 심종둘씨(학원강사,여 44세)는 2006년 5월 31일 저녁 8시경 자신이 세들어 사는 6동 계단 복도에 갑자기 전기가 나가, 당시 3살이었던 딸(조영현)이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들고 있던 사기그릇에 왼쪽 턱 부분이 찢겨 100여 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은 사실을 소개했다. 심씨는 이와 관련, 재건축 과정에서 남은 주민들의 인격을 고압적인 자세로 모독하는 등 극심한 불화를 빚고 있는 용역들을 단전 배후로 추정했다. 현재 6동에는 심씨가 사는 410호 1가구만이 남아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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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현 어린이와 포일주공철대위 임복화 위원장
그 외에도 지난해 8월 17일 용역들이 임복화 위원장(56세)의 손가락을 비틀어 우측 약지를 크게 다치는(진단 10주, 5급 장애 받음) 등 재건축 강행을 둘러싸고 용역과 주민들 사이에는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연대발언에서 전국빈민연합 김흥연 상임의장은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집을 왜 부수고 새 집을 지어야 하는가?”라며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재개발 재건축과 관련한 건설자본과 행정관료들의 야합을 꾸짖고, 콘크리트 건물을 해체하면 이는 “산업쓰레기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인간을 해치게 된다”고 말했다. 김의장은 또 “재생산이 안 되는 땅은 이윤축적의 수단이 될 수 없다”며 “민중들의 주거생존권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 그들을 향한 노동자들의 주거권 확보 투쟁은 정당하며 당당히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일로 동지들이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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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전빈련 김흥연 상임의장 (오른쪽) 전노련 박준환 수석부의장
전국노점상연합 박준환 수석부의장은 “원주민 가옥주들조차 그들에게 알맞는 소형 아파트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한 50 ~ 60 평 같은 투기성 대형 아파트를 지어 결국 다수 가옥주들도 딱지를 팔고 떠나게 된다”고 주택정책의 맹점을 비판한 뒤 “빈민해방철거민연합이 평택 철거민투쟁을 통해 거대재벌인 롯데(롯데기공)를 상대로 승리했듯이 포일주공철대위도 GS건설쯤은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이날 집회현장에는 조합(포일주공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GS건설, 의왕시청, 용역회사(삼오진건설)가 찾아옴으로써 포일주공철대위와 긴급 대화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는데, 그간 이들로부터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아 분노가 쌓일대로 쌓인 포일주공철대위 회원들이 진씨 부부의 장기농성을 지원하는 등 투쟁의 수위를 낮출 전망이 불투명해 실제 대책 마련에서 양자가 어떤 식으로 대화를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맨위]▼ 주거권 투쟁 장기농성에 들어간 포일주공철대위 회원 진중선씨(8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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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해방철거민연합 정책위원회 02-821-88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