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미군기지확장반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평택범대위)의 상임대표 문정현 신부의 승용차가 국도변 경찰 초소에서 검문을 당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경찰이 문 신부의 체포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 때문. 이 같은 움직임은 27일에서 내달 7일로 예고된 행정대집행에 나선 당국의 움직임이 전에 없이 강경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이 차량(레갈)을 운행하던 평택범대위의 오두희 공동집행위원장은 <민중의소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제 인근 국도를 지나다가 경찰 초소에서 검문을 당했다"고 전했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경찰 초소에서 나온 전경 1명이 오 위원장에게 "이 차량의 차주(문정현 신부)가 기소중지 상태이므로,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오 위원장은 "만약 문 신부님이 직접 운행중인 상황이었다면, 즉시 연행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그 순간의 위기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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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7일. 고덕면 농민들이 황새울 들녘의 논갈이를 도와주기 위해 트랙터를 끌고 왔다. 하지만 경찰이 이를 막았다. 경찰이 가로막은 길 위에서 때늦은 점심을 들고 있는 문정현 신부. '길위의 신부'라는 별명처럼 그는 늘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길 위'에 있었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
‘인혁당 당수 신부’, ‘길 위의 신부’ 등으로 불리면서 30년이 넘도록 민중들의 편에서 투쟁해온 문 신부는 평택미군기지 문제 이전에도 ‘미군장갑차에 의한 두 여중생 살해 사건’과 관련된 집회, 시위 등으로 이래저래 소환장도 많았고, 소환에 불응하는 것에 따른 ‘기소 중지’ 정도는 진작에 붙이고 있던 꼬리표였다.
그러나 그간 문 신부는 각종 집회 및 시위 현장에서 경찰과의 대치선에 가장 앞에 서 있었으나 ‘체포’의 위협에 처한 적도 없었고, 해외로 이동 할 때도 이 꼬리표가 출국에 장애가 된 적도 없었다.
그래서 새삼스러운 문 신부의 차량 검문 때문에 문 신부 주변에서는 ‘경찰이 이전과 다른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보아야 하느냐’를 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문 신부 자신은 이에 대해 무척 담담한 마음이다. 문 신부는 자신의 신변 안전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죽기를 각오한 투쟁이다. 경찰에 체포 되는게 뭐가 무섭나”
“고통 없는 승리가 어디 있겠나. 저들이 급기야 나를 체포한다는 것은 우리 승리가 가까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신부 주변의 마음들은 그리 편치 않다.
무엇 보다도 “한 평생을 사리사욕 없이 추위와 배고픔을 인내하며 ‘낮은 곳’에 뒹굴어온 문 신부를 체포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정권의 패륜”이라는 것이 문 신부가 속한 평택범대위와 평화운동 단체 ‘평화바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과 제 시민사회단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총무를 맡고 있는 김인국 신부는 ‘만약’이라는 전제를 달고 “문 신부가 체포 혹은 구속이 된다면 그것은 ‘불에 기름을 붙는 격’이 될 것. 그냥 관망하던 여러 신부님들도 들고 일어 날 일”이라고 경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