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노사관계로드맵’ 입법 당장 중단하라
‘복수노조허용, 전임자임금금지 삭제’ 등 거부 때 노 정권 퇴진도 불사
정부가 노사정 합의 없이 기어이 ‘노사관계로드맵’안을 오는 9월11일 입법예고 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정부는 ‘노사합의를 존중 하겠다’며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석해 왔지만, 결국, 정부 안대로 강행처리하기 위한 형식적인 수순을 밟아왔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는 이미 사회양극화를 가속화시키고, 수많은 비정규노동자를 양산할 ‘비정규악법’을 정부, 자본 의도대로 추진하려다 비정규, 정규직 노동자는 물론, 시민사회단체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쳐 거듭 후퇴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이도 모자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운 △복수노조 금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시 처벌 조항을 비롯해, △필수공익사업장에서의 대체근로 허용 △부당해고 시 형사처벌 조항 삭제 등 독소조항이 철철 넘치는 정부의 ‘노사관계로드맵’안을 또다시 국회에서 강행처리하고자 날뛰고 있다.
더욱이 마지막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린 지난 2일 한국노총과 경총, 대한상의 간 야합한 ‘복수노조, 전임자 관련 5년 유예’와 ‘부당해고 형사 처벌 조항 삭제’ 등 몇 가지 항목을 만약 그대로 받아 입법안에 반영한다면, 이는 두고두고 더욱 큰 비난과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한국노총-자본간 합의,‘명백한 개악안’//
한국노총-경총, 대한상의간 밀실에서 ‘맞바꾸기’로 했던 합의안은, 명백히 개악안이다. 이 야합안과 정부안간 차이는, 1천5백만 노동자의 숨통을 한꺼번에 조일 것인가, 아니면 서서히 조일 것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혹 이 야합안에 근거한 ‘제 2의 야합안’이 다시 출몰하든, 아니면 정부가 원안을 고집하든, 우리는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음을 선언한다.
3단체가 합의한 내용은 노사관계로드맵의 핵심을 관통할 조항이자, 교섭에서 일정한 준거로 부상할 확률이 높기에 정부 입장과 함께 하나하나 뜯어보자.
우선, 3단체는 내년부터 실시 예정이었던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을 5년 뒤로 유보시켰다.
//야합안1- '복수노조 허용-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5년 유예’//
현행법대로 한다면 그 동안 15년 동안이나 질질 끌어온 ‘복수노조 금지 조항’이 내년부터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구시대 악법으로만 우리 기억 속에 남을 판이었다. 이는 그 동안 ‘무노조 경영’이나, 또는 회사가 사주한 유령(어용)노조 그늘아래 민주노조 싹을 틔울 수 없었던 삼성, 포스코, SK, LG, 등 대재벌을 비롯한 버스, 택시, 화물 등 사업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한테는 숨통을 열어줄 열쇠였다.
특히 ‘복수노조 금지조항’은 국제노사정기구인 ILO(국제노동기구)에서조차 해마다 한국정부에 이를 폐지할 것을 권고해온 점에서 알 수 있듯,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노조를 만들고, 가입하고 단결할 수 있는 권리를 가로막아온 대표적인 독소조항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다시 ‘5년 유예’시킴에 따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민주노조를 갈망해온 수백만 노동자들의 소망을 이들은 무참히도 저버렸다.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대신 교섭 창구를 강제로 단일화 하겠다고 나선 정부안 역시, ‘선진화 방안’에서 한참 뒤떨어진 악법이다.
노조전임자 임금 역시 정부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금지해, 만약 회사가 임금을 주면 처벌할 수 있는 악법이다. 그런데 이를 철폐하기는커녕 ‘5년 유예’하는 방식으로 핵심을 비껴갔다.
//야합안2- ‘부당해고시 사용자 형사처벌, 금전보상제 합의’//
둘째,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당했을 때 사용자를 형사 처벌 할 수 있는 법조항 삭제, 해당 노동자에 대한 금전보상제 실시에 대해 합의했다.
현행법에는 부당해고로 판명 날 경우, 사용자한테 ‘5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부당해고로 입증받기 위해 막상 대법원 판결까지 가는데만 최소 3년~8년은 걸린다. 따라서, ‘부당함’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사용자에 대한 형사처벌 요건을 낮춰야 함에도, 3단체는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키로 했다. 물론 ‘구제명령을 내렸으나 사쪽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 한해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단서를 달았지만, 그러한들 현행법상 형사처벌 조항을 대체할 대안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현행법보다 후퇴한 안이다. 여기에 부당해고로 판명난 노동자가 신청할 경우 복직 대신 돈으로 보상키로 했거나, 정리해고 사전통보기간 60일을 차등 적용키로 한 것 등도 개악안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야합안3- 필수공익사업장 대체근로 허용도//
셋째, 필수공익사업장 대체근로를 허용키로 했다.
필수공익사업장에서의 ‘직권중재’를 철폐해야 한다는 노동계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정부 입장에 발맞춰 최소업무유지와 대체근로를 허용하기로 3단체가 의견일치를 보는 바람에, 노동자의 막강한 무기인 파업을 필수공익사업장에서는 완전히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같이 어느 모로 보나 정부, 자본한테 유리하고 노동자한테 치명적인 3단체 개악안이나 정부원안, 또는 ‘제2, 3의 야합안’들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노조는 파산으로 치달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민주노총 8대과제 쟁취위해 강력한 투쟁 벌일 것//
따라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몇 가지 부차적인 안에만 합의했을 뿐 민주노총이 핵심으로 내건 8대 요구에 대해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대해 사망선고를 내리는 일이다.
또한 정부의 ‘노사관계 로드맵 개악안’에 대한 강력한 저지투쟁을 벌이는 한편, 민주노총이 핵심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8대 요구 즉, △복수노조하 자율교섭 보장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 삭제 △산별교섭 보장과 산별협약 제도화 △비정규노동자 노동3권 보장 △공무원, 교사 노동3권 보장 △직권중재 폐지와 긴급조정제도 요건 강화 △손배가압류와 업무방해적용 금지 △고용안정 보장 등 민주적 과제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으로 곧바로 달려가야 한다.
정부의 ‘노사관계로드맵’은 단순히 우리 사회 노동자, 노동운동만을 망치는 것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특산품’인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비롯해 살인적인 구조조정 등에 맞서, 그리고 사회양극화를 부추겨 실업, 빈민 등을 양산하는 정부의 정책에 맞서 개혁과 희망을 일굴 변혁주체를 잃어버리게 만들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그 길을 위해 정규직-비정규, 산별 업종-기업, 여성-남성, 국내-이주, 간부-조합원 등 차이와 영역을 뛰어넘어 ‘노사관계로드맵 저지’를 위한 즉각적인 연대와 투쟁에 나서자. 그 길을 위해 서울지역 내 20만 노동자와 시민, 학생, 당원 등은 노동청 타격투쟁을 비롯해 노무현 정권을 퇴진시키고, 노동자 민중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를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끝.
2006.9.7(목)
민주노총 서울본부
신자유주의 분쇄와 노무현 정권 퇴진을 위한 공동투쟁본부(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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