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권뉴스 2007·02·20 ]
용비어천가는 이제 그만, 도올은 제대로 공부하고 말해야
"도올의 모습에서 그가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성과를 기만적인 항복(?)으로 뒤엎은 군사독재정권의 막내인 노태우 정권의 실체를 파악치 못했거나 혹은 고의적으로 권력에 영합하려 한 인물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또 신자유주의에 포박당한 채 이 땅의 민중들인 전용철 농민, 홍덕표 농민과 하중근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며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 친자본적인 현 정권의 실체에 대해서도 단 한 치 앞도 전망하지 못하는 인물로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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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올의 신동아 기고문(1990년)
[칼럼] 도올 김용옥에게 권하는 충고 한 마디
최덕효(한국인권뉴스 대표 겸 기자)
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가 보수 기독교인들을 향해 "종교권력이 역사를 이끄는 신정정치를 한 나라치고 망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면서 "기독교인들은 정치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한겨레 16일자)했다. 그는 또 구약성경은 “유대인만을 대상으로 한 계약이며, 예수의 출현으로 새로운 계약(신약)이 성립된 만큼 구약은 당연히 효력이 없”으며 만약 "구약의 모세를 믿으려면 유대교로 가야하고, 우리나라에서 성황당을 믿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이른바 ‘구약 폐기론’을 언급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도올의 이같은 주장은 부분적으로 일리가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논리의 비약으로 정당성을 찾기 힘들며, 더욱이 올 12월 대선을 앞두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정국에서 자칫 정치적인 오용의 혐의를 받을 수 있어 비판의 소지가 다분하다.
여야 포함, 부패 기득권층 기독교인 상대로 ‘정교분리’ 주장했어야
먼저, 보수 기독교인들을 지목한 점은 도올의 왜곡된 당파성을 엿보게 한다.
역사적으로 종교권력은 정치권력과 함께 민중을 억압하는 양대 지배이데올로기로 기능해왔다. 이들은 권력을 두고 경쟁상대가 되거나 혹은 필요에 따라 야합해 공존하는 불온한 관계를 유지하며 오늘까지 민중들을 수탈해 왔다. 이는 지금도 중동에서 십자군전쟁을 벌이고 있는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부시 미 대통령의 대내외 정책이나, 우리 사회의 빈부양극화 현상과 무관하게 높은 첨탑의 세계적인 대형교회가 극성을 부리는 중세기적 현상이 잘 말해준다.
그런 점에서 도올이 기왕에 문제 삼고자 했으면, 여야를 포함해 부패 기득권층인 엘리트 기독교인들 모두를 상대로 ‘정교분리’를 주장했더라면 좋을 뻔 했다. 그러나 그는 유독 보수 기독교인들을 지목함으로써 현 정권의 영향권 내에 있는 정체성이 불분명한 기독교 엘리트들을 사면(?)해주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했다.
다음으로, 도올의 ‘구약 폐기론’은 지나치게 성급한 단정이다.
구약성경은 내세지향적인 애급의 토속신앙인 토템이즘을 극복하고 야훼라는 유일한 인격신을 확립하는 과정을 그린 고대 히브리인들의 기록으로 사해동포주의의 ‘신약 성경’이 탄생하는데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했다. 따라서 기독교가 유대교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또한 율법주의에 갇히지 않는다면 구약은 전승과 설화를 포함한 고대문헌의 한 부분으로 유용한 가치가 있다.
노태우에서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도올의 용비어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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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에서 글쓴이가 지닌 지식의 폭과 인품을 읽는다. 지금 도올이 아무리 나름대로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사자후(獅子吼)를 토한다해도, 주변지식의 왜소함과 성급한 진단 그리고 지난시기 석연치 않은 그의 내력이 사람들로 하여금 오늘 그의 주장에 귀 기울이게 하는 것을 방해한다면 이는 불행한 일이다.
예컨대 도올이 지난 1990년 "노태우 대통령께 아뢰옵니다"란 제목의 신동아(1월호) 기고문을 보는 것도 그의 내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는 나의 아내를 사랑한다. 그런데 나는 이순간 노태우를 더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편지를 쓴다. 사랑하는 나의 셋째형 뻘 노태우대통령 형님이시여! 태우라는 말도 이러한 반어적 상대성의 통합으로서의 무궁한 길의 경지를 드러내는 말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우리 민중은 항상 당신의 편입니다. (중략) 민중과 학생의 욕을 얻어먹더라도 저는 당신의 '아름다운' 6공의 신화를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싶습니다... ”
뿐만 아니다. 16대 대선이 얼마 지나지 않은 2003년 4월 15일 갑자기 문화일보 기자로 변신한 도올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용비어천가를 아끼지 않는다.
“양김시대의 반독재투쟁이 지역대결구도를 고착시킨 죄악에 대하여 그는 그것을 초월하는 원칙과 비젼을 내걸었다. 그리고 형극의 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원칙 때문에 그는 바보스럽게도 부산에서 4번이나 낙마한다. 바로 그 낙마 때문에 노무현은 오늘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중략)“원칙대로 소신대로 굽히지 말고 잘 해나가십시오. 노대통령을 사랑하고 지원하는 많은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도 노대통령의 정치실험이 우리 민족사의 가치있는 한 전기라고 확신하고 있고 그것이 잘 펼쳐지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도올의 모습에서 그가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성과를 기만적인 항복(?)으로 뒤엎은 군사독재정권의 막내인 노태우 정권의 실체를 파악치 못했거나 혹은 고의적으로 권력에 영합하려 한 인물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또 신자유주의에 포박당한 채 이 땅의 민중들인 전용철 농민, 홍덕표 농민과 하중근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며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 친자본적인 현 정권의 실체에 대해서도 단 한 치 앞도 전망하지 못하는 인물로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그런 도올이 평소 파격적이며 돌출적인 발언을 통해 여론에 화제를 몰고 다니는 것과 관련하여 세간에서 '자신의 영달'을 위한 정치적 제스츄어라고 말들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민중신학과 해방신학에 대한 한나라당의 생뚱맞은 공격
도올의 이번 기독교 관련 주장에 참고할만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 덧붙인다.
지난해 11월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은 "한나라당에도 목사 있지만...목사들은 자기가 절대권력인 줄 알아"라며 어떤 기독교계 인사를 겨냥했다. 그런가 하면 한나라당은 지난 1월 12일 대변인의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는 민중신학이나 해방신학, 제3세계 종속이론 등에서 말하는 민중민주주의임이 틀림없다. 이러한 이론들은 한결같이 마르크스주의의 아류들이며..”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송 의원의 다소 거친 표현을 논외로 하더라도,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력의 중심부에 기독교계 인사들이 개입하지 않은 곳이 없는 건 엄연한 사실이니 그의 주장이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여기에는 부패한 정당들이 목사 등 기독교계 인사들을 영입해 자신들이 속한 정당의 이미지를 참신하게 바꿔보려는 모종의 정치적인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이를 운동적인 측면에서 보면, 기독교계 인사들은 여야 핵심세력은 물론 성매매 특별법 제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주류여성계인 ‘국가페미니스트’나 혹은 ‘뉴라이트’등에 고루 포진해 있으며 이들은 ‘윤리’란 물감으로 지배이데올로기를 채색하는 훌륭한(?) 파수꾼들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한나라당의 ‘민중신학’ 운운하는 생뚱맞은 주장에 자칭 진보적 기독교계 어느 곳에서도 특별한 반응이 없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민중신학은 박정희 개발독재가 민중들을 압살하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자 이에 대한 기층민중들의 정당한 저항권을 위해, 당시 진보적인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신학적(혹은 신앙적) 반성을 계기로 출발했으며, 1970년 전태일 분신사건의 충격과 유신체제가 직접적인 동인이 되었다.
때마침 남미에서도 민중에 대한 독재자들의 착취와 억압이 노골화되자 1968년 콜롬비아 메델린에서 열린 제2차 라틴아메리카 주교단총회에서 교회가 ‘해방신학’을 향후 10년간 사목 활동의 기본 방향으로 할 수 있도록 공식적인 허가가 남으로써 민중신학에 일정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해방신학은 남미의 가난한 민중과 교회의 연대 성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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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브라질 포루투알레그레에서 개최된 <신학과 해방에 관한 국제포럼>
다시 말해 특히 해방신학은 “마르크스주의의 아류”로 태동된 것이 아니라 ‘가난’을 강요하는 왜곡된 정치권력 등 사회적 구조악에 저항하기 위해, 다수가 빈곤한 사회계급인 민중들과 교회가 고단한 연대투쟁에 동참했고 이 과정이 장기간 축적돼 학문으로 집대성된 것이다. 오늘날 칠레나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남미 다수 국가에서 중도좌파 정당이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40년가량 쌓인 해방신학의 저력이 정치적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같은 민중신학과 해방신학의 태동이나 정치적 배경의 ABC도 모른 채 철 지난 ‘빨갱이 사냥’에만 혈안이 돼 엉뚱한 이야기를 읊어대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이 제대로 공부가 된 친민중적인 정치집단이라면 이재정 통일부 장관을 정작 다른 측면에서 이렇게 호통치며 비판할 수도 있었다.
“거의 해방신학에 버금갈 정도로 오랜 세월이 경과한 한국의 민중신학이 왜 기층민중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엘리트 기독교인들의 전유물로 상아탑에 머무르거나 모양만의 몇몇 대안교회에 머물렀는가? 한신대학교와 성공회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소위 진보적인 신학의 본산이나 카톨릭 개혁세력과 관련된 인물들이 왜 김대중 정권이후 오늘까지 정치권력의 변변치 못한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제대로 공부하자, 용비어천가는 이제 그만!
“모르는 건 죄”라고 했다. ‘죄’라고 하면 섣불리 단정하고 포기할 수도 있으니 다른 말로 바꾸는 게 좋겠다. “모르는 건 틀린 것”이라고 하고 좀 늦은 감이 있어도 ‘이 어지러운 세상 중에’ 서둘러서 배워 이를 고치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말이다.
이점은 ‘좌충우돌’하는 도올이나 ‘빨주노초파남보’만 달달 외우는 한나라당이나 이미 권력에 진입해 노 정권의 쇠락과 공멸의 위기에 처한 전 성공회대 총장 출신 이재정 통일부장관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틀린 생각에서는 어떤 화려한 문장을 구사해도 논리가 오류로 전개될 수밖에 없으니 마음 비우고 제대로 논리 공부하자. 공부는 본디 늙어 죽을 때까지 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특히 도올에게, 그가 즐겨 인용하는 공자의 말을 돌려주며 글을 마무리 한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悅乎”< 도올 해설: 배워 때에 맞추어(timely)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 >.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정권 바뀔 때마다 보는 사람도 민망하게 도올이 용비어천가만 계속 반복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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