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환
‘신자유주의’ 참 많이 들어 본 말이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에게는 그 개념은 고사하고 용어조차 친근하지 않다. 노동조합이 내건 구호로 집회에서 많이 보았지만 막연하고 시간이 지나면 잊기 일수다. 그래도 ‘세계화’라는 말은 막연하지만 뭔가 알 듯도 하다. 세계화,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10년 넘게 써왔지만 여전히 뜬 구름 같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신자유주의는 무엇인가?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시스템이다. 이 착취 방법은 자본주의의 상태와 조건에 따라 여러 역사적 형태를 띠며 바뀌어 왔다. 1945년 2차 대전 후 자본주의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며 소위 영광의 30년이라는 시기를 거쳤다. 그러나 70년대 중후반부터 위기를 맞았다. 오일쇼크 위기와 스태그플래이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중심국의 재정위기가 심화, 그리고 미국의 금태환 정지 등이 이것을 잘 설명한다.
이후 자본주의는 기존의 케인즈주의적인 복지정책을 축소함과 더불어서 대량생산, 대량소비, 종신고용시스템을 포기하고 복지와 공공영역의 축소, 고용의 유연화를 추구한다. 그리고 금융을 중심으로 한 자본축적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또한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을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규정하고 시장영역에서 국가의 후퇴를 주장한다. 이것은 금융부문의 팽창과 축적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그리고 자본주의 중심국가에게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자유무역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조치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WTO나 FTA, 각 지역무역 블록결성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이다. 이러한 자본의 정책은 끊임없이 확장되어왔다.
신자유주의가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구체적인 정세가 중요하다.
신자유주의가 나타나는 구체적인 정세는 무엇인가? 모든 것이 그렇지만 신자유주의 또한 하나의 고정된 물체가 아니다. 시간차이에 따라, 변화되는 지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하나의 총론적이거나 거대 담론의 투쟁만으로는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울 수 없다. 이 말은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투쟁을 노동유연화 저지,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해외매각반대, 무역자유화 반대라는 정치적 슬로건만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흐름에 따라 어떤 식으로 변화 상승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 따라 가장 구체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나타나는 지점과 투쟁(파열구)를 낼 지점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지 않으면 안된다.
앞서 말한 다양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현재 이것들은 어떤 구체적인 정세 속에서 작동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자본의 지역정책과 함께 신자유주의가 작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유달리 다양한 지역정책, 지역개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은 궁극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한 양상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신자유주의가 끊임없이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전략이다.
핵심적으로는 산업클러스터 정책을 기반으로 해서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지역특구, 혁신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정책들과 맞물리면서 교육, 의료의 민영화와 함께 발전이나 상수도와 같은 공공기업과 시설의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이런 정책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어떤 투쟁 전략이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고민해야 한다.(더 자세한 내용이나 구체적 투쟁방향은 이후 연재에서 분석 비판해 보자)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운동이란
따라서 이런 지역정책 혹은 자본의 축적전략을 위한 지역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세에 따른 우리의 운동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세계화 운동이어야 하며 자본의 지역지배전략에 맞서는 지역사회운동이어야 한다.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운동으로 대안세계화 운동이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모순과 이율배반성은 ‘세계화’가 가진 자들만의 세계화이자 자본과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반대로 노동의 이동은 언제나 차별적이고 제약이 따른다. 한 예로 자본은 한편에서는 초국적 자본이나 투기자본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도록 금융개방 압력을 넣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 중심국가들 더 정확하게 초국적 기업들의 상품이 관세나 다른 장벽 없이 오고 갈 수 있도록 다양한 무역협정이나 경제협력체를 구성한다. 이 또한 대부분 일방적인 압력이나 힘의 관계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주 노동자들의 이동은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일부는 암묵적이고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허용한다. 이것은 값싼 이주노동자를 필요로 하지만 자유로운 이동은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암묵적으로 미등록 노동자를 허용하는 한국의 상황이나 이민법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사실 세계화란 궁극적으로 전 인류가 추구해야할 가치다. 그러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추진되는지에 따라서 세계화는 그 양상을 달리한다. 현재 진행되는 세계화는 자본, 금융의 세계화 그리고 불평등의 세계화다. 이것을 노동의 세계화와 평등의 세계화로 바꾸지 않는다면 인류는 언제까지나 지배와 착취 그리고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 반대가 아니라 대안세계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자본의 전략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저항하는 투쟁이 자칫 민족국가만을 강조하고 엄호하는 투쟁으로 전락하고 자본의 본질적인 부분을 간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세계화를 추진하는 금융자본의 공격에 맞서서 우리 기업지키기, 토종자본 지키기와 같은 전술이 나오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민족국가 이데올로기의 강화는 자본에 맞서는 올바른 투쟁이 아닌 것과 동시에 초국적 자본에 대한 반대전선이 다른 국가, 인민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는 잘못된 경향을 낳게 한다. 이런 결과는 노동자 민중의 국제적인 공동행동을 저해하는데, 서구를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극우주의나 반 이민법(정서)이 대표적인 예다.
또 다른 방향으로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대안을 구축해야 한다. 전 영국 수상 대처는 “신자유주의 외에는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신자유주의가 가져오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인데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은 앞으로 다가올 경제체제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신자유주의가 가져오는 착취와 모순 즉 복지와 공공영역의 축소, 노동유연화로 인한 비정규직 양산과 노동탄압, 빈곤의 증가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의 위협, 그리고 전쟁의 위협과 여성의 억압 등을 현실에서 지양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답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더 자유롭고 더 평등한 신자유주의가 양산하는 착취와 모순을 넘어서기 위한 실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대안이며 이런 새로운 대안사회를 현실에서 건설하면서 세계화 시켜야 한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