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과 발전의 탈을 쓴 노무현 정권의 새로운 축적전략
신자유주의! 지역사회운동과 대안 세계화운동으로 돌파하자(2)
1. 신자유주의 축적체제와 신자유주의 이전체제의 차이점
그렇다면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대안세계화 운동으로서 지역사회운동을 전개하는데 왜 노무현 정부의 지역정책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가? 그것은 자본주의 축적전략이 신자유주의로 변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이전의 축적체제는 2차세계 대전 이전 계속되는 경제위기와 세계 대공항을 겪으면서 자본주의 내부에서 시장의 완전한 자유에 대한 회의와 함께 통제장치의 필요성을 주장하게 되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기술과 생산방식의 비약을 이루고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스템을 통해서 자본주의는 위기를 탈출하고 황금기를 구가한다. 그리고 노동계급에 대한 타협책의 일환으로 복지영역을 확대했다. 또한 대공장의 경우 노동자들에 대한 종신고용 및 연공서열형 임금을 지급하면서 노동자들을 타협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코포러티즘을 진행해 왔다. 결국 2차대전 이후의 자본주의 발전과 노동자 운동의 성장은 계급투쟁의 성과·성장과 자본의 타협 및 분배(지배)정책의 변화가 상호 작용한 결과였다.
이와 같은 포드주의와 케인즈주의적인 축적시스템이 70년대 이후 축적체제의 위기를 가져오면서 총체적인 위기를 맞게 되고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라는 구원투수를 불러들였다. 그렇다면 이런 축적체제의 변화와 정권의 지방정책은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2. 지역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지방화 정책은 어떤 순환을 가지고 전개되어 왔는가? 지방화는 전반적으로 정치측면과 사회경제 측면의 내용들이 번갈아 가면서 제기된다. 자치와 민주주의라는 측면이 강조되면 지방 분권론이 떠오르고 부의 지역분배 및 경제시설의 조정이 강조되면 지방 균형발전론이 이슈가 된다.
두 가지 쟁점이 순환하던 한국 사회는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작동되던 95년부터는 지방자치를 중심으로 지방분권을 강조했고 최근 노무현 정권부터는 지방 균형발전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운동에서 정권의 지역정책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응 지점으로 지역사회운동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층강화라는 고전적인 의미의 지역운동이 아니라 본질적이고 구체적인 그리고 직접적인 신자유주의에 파열구를 낼 수 있는 대안사회운동으로 지역사회운동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3. 한국 내 역사적 축적체제와 지방화 정책
:박정희와 포드주의시대 지방화
박정희는 친일장교와 쿠데타라는 출신성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분단 단독정부’라는 이승만 정권보다도 정당성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박정희가 선택할 수 있는 정당성 확보 방안은 강력한 경제적 리더쉽이고 그것은 개발 독재로 이어졌다.
지방은 행정체계상 ‘중앙정부와 지방’ 개념으로 그리고 경제측면에서 중앙과 주변으로 나뉠 수 있다. 전자와 후자 모두 국가권력의 집중이 어디에 모여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대대로 이 권력의 집중점이 모여 있던 곳이 서울과 수도권이었지만 박정희 정권부터 특히 집중도가 심해졌다. 더더군다나 정치로서의 지방자치를 폐지하면서 더 강력한 중앙집권적인 경제정책을 폈다.
박정희 정권에서 분권 경제분배라는 특별한 지방화 개념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지방이 고착화된 역설적인 시대다. 이런 박정희 체제와 걸맞게 당시 중심적인 축적체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포드주의 그리고 케인즈주의였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스템에서는 생산의 입지시설이 유동적이거나 유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생산시설의 거점을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곳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만 자본주의 경제 일반의 법칙, 생산법칙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그뿐이었다. 따라서 특정한 도시와 특정지구-예를 들어 대경지역 중심의 공업화-에 산업시설이 집중되고 지방과 농촌은 식량기지 및 산업예비군의 공급기지 역할을 했다.
또한 동시대의 축적시스템에 걸맞게 박정희 정권은 국가차원에서 자본의 재생산을 보증해 주어야 했다. 저임금 노동력의 제공과 시장개입 복지정책은 포드주의와 케인즈주의 아래서 독점자본에 대해서 국가가 일반적으로 취했던 행동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 지난 주에 말했듯이 70년대 후반 들어서면 자본주의는 구조적인 위기를 맞게 된다. 경제위기와 이윤율의 위기를 돌파해야 붕괴하지 않는다는 위기감에 빠져들었다. 이는 이익을 얻는 중심적인 구조가 생산에서 금융으로 이동하고 노동과 생산의 유연화 전략을 도입하게 하였다. 자본주의 구조적인 위기로 사적인 상품 영역에서 돈벌이 수익성이 한계에 봉착했고 이를 공공영역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였다. 또한 지역 생산설비 시설도 생산만을 전담하는 구조가 아니라 자본의 새로운 축적양식에 맞도록 금융투기(자)와 공공영역의 상품화가 함께 이뤄지도록 바꿔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현재 진행되는 지역정책의 핵심이다.
: 신자유주의 시대 지방 균형발전
신자유주의 시대는 더 이상 민족국가를 중심에 놓지 않고 초민족적 축적전략을 가져간다. 초민족적으로 세계화된 금융자본은 신자유주의를 이끌어 가는 힘이다. 신자유주의 축적전략은 금융세계화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다양한 무역자유화 조치를 동반한다.
신자유주의 축적전략은 노동력과 생산의 유연화를 추구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유연한 노동력을 확보하려고 자본이 노력하는 것은 생산의 유연화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자본은 투자와 이익에 따라 거점과 민족국가에 연연하지 않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다. 특정지역에 기형적으로 집중된 자본과 생산시설은 유연화된 생산을 소화하기에는 문제점이 많다. 자본이 옮겨 가야 할 지점은 개발의 거점이고 금융자본들의 경유지다.
그리고 세계자본과 경제의 추세에 따라 생산과 투자의 거점은 끊임없이 이동해야 한다. 또한 금융세계화 공격은 민족국가 단위의 복지정책을 침범해 들어오고 있으며 공공부문에 대한 민영화 움직임을 조정하고 있다. 공공부문은 (공)기업수준의 문제와 사회 기반시설의 민영화와 같은 공공영역의 문제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자본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생산 거점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와 여러 저항을 무릅쓰고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에서는 국가의 불개입 혹은 최소한의 역할을 요구한다. 국가기구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경제외적인 방법으로 사용하던 정책들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지금까지 국가가 통치의 원활함을 위해서 정치적으로 지역경제를 책임지던 것도 이젠 할 수 없다. 독자적인 생존역량을 갖추지 못한 지역경제는 이제 중앙정부로부터도 지원 없이 독자 생존해야 한다. 그 방법은 자신을 신자유주의 시장에 맡기는 것이며 이것은 모든 공적영역을 시장화하려는 신자유주의 축적전략의 좋은 먹이 감이다. 따라서 현재 균형발전론은 신자유주의 축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한 이데올로기다. 신자유주의에서 선택 당하는 지역과 배제 당하는 지역이 있는 한 균형발전론은 신자유주의 축적전략의 거짓말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