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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역파괴와 지역발전
어째든 예나 지금이나 공통된 화두는 ‘발전’이다. 과거 개발은 난 개발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균형발전 논리로 새롭게 무장한 신자유주의 지역파괴 전략은 여기에 금융화, 민영화의 성격이 강조되면서 더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띤다. 문제는 지방자치 시대에 지역사회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피해갈 수 없는 선택의 하나로 개발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발전은 무엇인가? 발전과 평등 혹은 분배 그리고 민주주의가 상통하는가? 우리의 대답은 확실히 ‘아니다’이다. 자본의 속성상 부의 분배는 한 계급으로 집중되고 집적된다. 발전의 결과로 부가 여러 민중에게 고르게 분배될 수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것은 또한 오랜 경험으로도 입증된다. 눈부신 ‘한강의 기적’은 서울 시민의 생활수준을 과거에 비해 상승시켰는지는 몰라도 그 과정에서 나타난 빈부격차 및 서울에서 ‘시민’으로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쫓겨난 수많은 빈민들을 발생시켰다.
서울과 대도시, 대공업지역의 발전은 또한 상대적으로 타 지역을 소외시키면서 지역 농민들을 새로운 도시 빈민, 저임금 노동자로 흡입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균형발전논리에서도 이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2. 그렇다면 균형발전을 외치는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불균등이 어떻게 나타나는가
한국의 신자유주의 정권은 지방자치제라는 제도적 장치를 확장하면서도 민주주의와 자치의 의제를 확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책과 경제적 책임을 지방정부에게 지우고 권력은 중앙정부가 독점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전반적인 경제궁핍화에 대한 책임은 지방정부가 지게 된다. 많은 재정을 지방에 이양하면서 이제 지역 살림살이 문제는 지방정부의 몫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지방정부는 살아남기 위한 개발논리에 동참할 수밖에 없고 그 살길이란 지역을 신자유주의 투기세력에게 팔아 넘기는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사실 균형발전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신자유주의 정책에 조응할 수밖에 없다.
공공사업을 매각하고 도로·공공시설과 같은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민간자본(초국적 투기자본)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엄밀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장치를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런 추세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공공영역은 없다. 지역의 교육이나 의료마저도 초국적 투기자본의 이윤추구의 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즉 균형발전을 위해서 기업도시와 지역 특구를 장려하는 중앙정부와 지역발전을 위해서 기업도시, 지역 특구나 혁신도시, 경제자유구역을 지역에 유치해야한다는 지방정부의 결정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전략 더 나아가 자본의 전략을 그대로 인정해주어야 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즉 최종에 가서는 균형발전은 없고 자본의 이익만이 남는 것이다.
이렇게 공공영역과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신자유주의 축적전략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여기서 시장의 확대란 기본권의 축소와 생존권의 박탈과 공공영역의 상품화를 의미한다.
3.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본의 정책의 문제점(도입)
노무현 정권은 해외자본의 투자유치를 위한 경제자유구역, 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특정지역에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도시, 이 밖에 지역 특구나 혁신 도시 등 유사하면서 각각 조금씩 다른 여러 형태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 이전이나 대학구조조정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을 우선 총론과 철학 차원에서 비판해 본다. 정부 정책의 근간에는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있으며 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순 중의 모순 : 균형발전을 말하면서 공공영역을 민영화하자
최근 정권과 자본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공공영역 민영화다. 그리고 이것을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확대하고 있다.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지역의 불균등한 발전, 부의 불균등한 분배를 해소하고 지역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고 하는 자들이 지역 공동체에서 가장 근간을 이루고 있는 공공영역을 초국적 자본에 팔아 넘기고 고비용을 지불해야만 살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고 있다. 즉 상수도를 민영화하고 전기, 철도를 민영화하고 있다.
인간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들은 가진 자에 따라서 아주 무서운 무기로, 그리고 부르는 게 값이 될 수 있다. 이런 공공영역의 상품화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 증가, 빈곤화라는 결과는 지역균형발전 효과로는 도저히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별 차이가 없다면 균형발전논리는 무의미하다.
둘째, 좀 더 사람답게 살자는 균형발전 논리에서 기본권의 후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균형발전을 논리로 각종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만이 전부가 아니다. 노동권과 인권이 지켜지는 것 또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이다. 그런데 자본이 추구하는 경제자유구역이나 기업도시 등은 노동기본권의 절대적인 후퇴를 전제로 하고 있다.
노동자에 대한 안정된 고용도, 제대로 된 임금도, 자본가의 잘못된, 폭력적인 착취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도 제약되어야 한다. 즉 사람이 살아가는 조건으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사람을 노예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균형발전 논리로 추구하는 다양한 자본의 정책의 뒷모습이다.
셋째, 여전히 배제 당하는 노동자 민중들에게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서울 수도권 대공업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부의 분배에서 차별 받아온 지역에 대한 비전이 균형발전 논리다. 그렇다면 부의 재분배 민주적 분배는 가능한가? 인천에서 경제자유구역이 들어서는 지역은 송도와 그 인근 지역이다. 무주에서 기업도시가 들어서는 지역은 안성면이라는 특정지역이다.
이런 정책들로 인해서 (정말 인정할 수 없지만) 만에 하나 경제 효과가 파생된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그 정책이 직접 발현되는 중심지역뿐이거나 주변으로 멀어질수록 차이가 커진다. 그 효과가 각 지역 별로 맡은 역할에 따라 차이가 천차만별로 날 수밖에 없다. 또 기업도시가 들어서는 지역은 오히려 해당 지역 주민들은 강제로 토지를 뺏앗기고 고향 밖으로 쫓겨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특정한 사람들의 희생을 여전히 강요하는 이런 현상은 균형발전논리가 허구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사회 안에서 만연하고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진 소득불평등, 나아가 계급불평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균형발전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경제자유구역에서 기업도시에서, 지역특구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존재하고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와 그렇지 못한 지역 간에 또 다시 벌어질 경제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런 정책들은 착취를 고착화시키는 정책들일 뿐이다.
다음 회에는 앞서 언급한 자본의 여러 정책(자본의 클러스터전략 혁신도시, 기업도시, 지역특구, 경제자유구역 등과 또 다른 지역파괴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들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