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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신문인 제민일보 칼럼입니다. 시사하는 내용이 있어서 퍼옴니다. 한번 읽어보시길. 2006년 2월에 나온 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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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조례들을 제정함에 있어 행정절차상 제정취지와 주요내용을 도민에게 알리고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2월10일 9개 조례안(국민기초생활보장 조례안, 노인복지 조례안, 농어촌주민의 보건복지증진을 위한 조례안, 모·부자복지에 관한 조례안, 사회복지조례안, 아동복지 및 입양촉지 등에 관한 조례안, 여성복지기본조례안, 영유아보육조례안, 장애인복지 등에 관한 조례안)을 공고했다. 의견이 있는 기관·단체 또는 개인은 3월2일까지 의견서를 제주도지사에게 제출하도록 했으며, 자세한 사항은 제주도 사회복지과로 문의하도록 했다.
사회복지조례의 안건은 인터넷을 통해 공고됐으나 형식은 너무나도 엉성했고, 며칠 뒤에는 공고된 내용 중 일부가 삭제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공고된 조례안은 시민단체와 신문지상에서 밝히는 것처럼 기존 시행령과 조례를 원용대로 구성하고 있었다. 특히 입양시설 및 입양촉진에 관한 조례안에는 해외로 제주영유아를 입양시킬 수도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조례안의 내용은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담겨있지 않았고 단지 복지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실정에 맞는 맞춤형 복지조례를 마련하려는 취지는 어느 한 곳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졸속으로 이뤄진 사회복지조례안에 대해서 시민단체들은 제주도지사에게 의견을 제시했고,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상정되는 것 역시 반대했다. 어느 시민단체는 3월23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실입법의 표본, 특별자치도 사회복지 관련 조례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회복지조례안은 이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상정됐다. 행정자치위원회는 22~24일 3일간 제출된 사회복지 조례 9개안 가운데 아동복지 및 입양촉진 등에 관한 조례안 1개를 제외한 8개를 심의 보류했다. 시민단체가 지적한 해외입양에 관한 사항은 삭제된 상태로 통과됐다. 이어서 27일 다시 8개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다시 심의했고, 심의 보류라는 결정을 내렸으며, 각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심의 마지막 날인 28일 보류시켰던 안건을 다시 상정해 통과시킨다. 심의 보류된 복지조례안이 통과됐다는 사실을 29일자 언론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러한 사태를 보면서 사회복지 관련 공무원의 역량부족도 지적되지만 특히 도의회의 행위에 아쉬움이 많다. 특별법으로 도의회는 제주도민의 삶에 주요한 영향을 끼치는 사회복지 조례를 제정하라는 권한을 준 것인데 이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 7월1일 제주도특별자치도가 실시되기 전에 시민단체와 기관들과의 협조 하에 문제되는 조례내용을 바꾸라는 지시와 함께 심의 보류된 조례안이 통과된 것이다. 27일 도의회는 복지조례안이 특별자치도 시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므로 주민·시민단체·기관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친 후 다음 회기에서 심의할 수도 있음을 제시했다. 조례도 일반법처럼 한번 제정되면 그 내용을 바꾸는데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일련의 상황전개에서 복지에 대한 제주도와 도의회의 태도가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도의회와 제주도는 복지조례를 실상에 맞게 바꾸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복지에 대해 무지한 것이 아니라 복지는 부수적인 것이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경제개발을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행정에 근거하는 일련의 기획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복지는 제주도에서 부수적이고 선심성인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진정 제주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면 경제개발보다 주민들의 복지적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야 할 것이다. <황석규 /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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